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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라졌어요"…거짓신고 사흘 만에 양부모 구속

송고시간2016-10-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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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로 재구성한 6세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전모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개천절 사흘 황금연휴 첫날인 1일 오후.

화창한 날씨 속에 열린 가을 축제에 10만명 넘는 인파가 운집한 소래포구에서 인천경찰청112상황실로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축제장에 놀러 왔다가 6살 딸을 잃어버렸다"는 부부의 실종신고 전화였다.

엽기적인 아동 학대와 시신 훼손으로 국민을 경악케 한 포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신고 당일부터 의심…CCTV에 처음부터 아이는 없어

실종된 여자아이를 찾으려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곧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2년 전 입양한 딸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양부 A(47)씨와 양모 B(30)씨, 이 부부와 함께 사는 C(19)양이 지목한 축제장의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딸 D(6)양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또 오전 11시 30분께 소래포구 축제장에 도착해 30분 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부부가 정작 경찰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3시 40분께였다.

이들은 뒤늦은 신고를 의심하는 경찰관에게 "잃어버린 아이를 축제장 안에서 다시 찾아보느라 신고가 늦었다"고 둘러댔다.

"포천 집으로 다시 돌아가 기다리겠느냐"는 경찰 질문에는 "아이를 찾을 때까지 인천에 있겠다"고 대답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거짓 실종신고를 의심한 경찰은 이튿날인 2일 오전 "딸을 찾기 위해 더 조사할 것이 있다"며 A씨 부부와 C양을 다시 경찰서로 불렀다.

이들은 경찰이 실종 현장에 동행해 당시 상황을 묻자 서로 조금씩 다른 설명을 내놨다.

결국 경찰은 이들 3명을 따로 분리해 실종이 사실인지 추궁했다.

"입양한 딸아이가 벌을 받은 뒤 숨져 시신을 산에서 불태웠다"는 충격적인 진술은 경찰의 귀를 의심케했다.

경찰은 2일 오후 4시 30분께 A씨 부부와 C양 등 3명을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6살 딸 살해 뒤 불 태운 혐의로 양부모 긴급체포
6살 딸 살해 뒤 불 태운 혐의로 양부모 긴급체포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6살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불 태워 야산에 묻은 뒤 거짓 실종신고를 한 혐의로 양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양부모가 시신을 유기할 당시인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아파트 앞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장면,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무언가를 차에 실고 있다.2016.10.2
jhch793@yna.co.kr

◇ 인면수심 양부모가 저지른 입양가정의 비극

경찰에 붙잡힌 A씨 부부는 입양한 어린 딸을 학대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딸을 살해한 것은 아니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A씨 부부는 10년 전부터 함께 살았지만 아이가 없었다.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살던 D양의 친모는 이웃에 사는 A씨 부부와 6년간 알고 지내며 아이를 자주 맡겼다.

친모로부터 "남편과 이혼해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2014년 9월께 아이를 입양했다.

그러나 입양한 딸이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수시로 벽을 보고 손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 놓는 잔인함도 서슴지 않았다.

A씨 후배의 딸인 C양은 올해 3월부터 한집에서 살면서 양부모의 수양딸 학대의 공범이 됐다.

D양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밤에도 양모 B씨와 C양은 "식탐을 고치겠다"며 투명테이프로 6살 아이의 온몸을 감았다.

A씨 부부와 C양은 방 안에 D양을 방치한 채 회사에 출근하고 치과에 가는 등 인면수심의 행동을 했다.

온몸이 묶인 채 17시간 동안 굶은 D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께 숨을 거뒀다.

B씨는 경찰에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이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어서 투명테이프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숨졌다"고 주장했다.

A씨 부부와 C양은 D양이 숨지자 집에 모여 시신을 훼손하는 범행을 모의했다.

시신이 공개되면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시신을 불태우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밤 A씨가 다니는 직장 근처의 야산에서 D양 시신을 태운 이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인터넷 검색했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가을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1일 소래포구로 이동해 거짓 실종신고 '연기'를 했다.

6살 딸 시신 유기 현장 조사
6살 딸 시신 유기 현장 조사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3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입양한 6살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체포된 양부모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숨진 딸의 아버지가 현장조사에 앞서 경찰과 동행해 사체를 유기했다고 진술한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2016.10.3
jhch793@yna.co.kr

◇ 아동학대치사죄? 살인죄?…최종 죄명은

경찰은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일단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인천지법은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딸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경찰과 검찰은 일단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A씨 부부와 C양에 대한 보강 수사를 계속키로 했다.

수사 당국은 D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다가 끝내 숨지게 한 이들 범행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대 당시 연약한 6세 아동이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할 수 있다.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정해 살인죄의 법정 형량(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과 비교해 가볍지 않다.

그러나 고의성 입증이 안 될 경우 무분별하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실제로 선고되는 형량에서 두 죄명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로는 살인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단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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