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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실락원' 구로키 히토미가 메가폰을 잡은 까닭은

송고시간2016-10-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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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의 상쾌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부산=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영화 '실락원'(1997)에서 파국적인 사랑을 선택한 30대 불륜 여인의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일본의 구로키 히토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에는 연기 경력이 30년이 넘는 중견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방문했다. 그의 첫 연출작 '얄미운 여자'가 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구로키 히토미는 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영화제에 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영화제 참석 소감을 밝혔다.

'얄미운 여자'는 성격이 정반대인 데츠코와 나츠코라는 사촌지간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데츠코는 결혼도 하고 변호사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지만 사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활달하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한 나츠코가 어느 날 찾아와 일을 부탁한다.

나츠코는 파탄이 난 혼사에 재정적인 보상을 받고 싶어 했다. 어릴 적 나츠코에게 당하고만 살았던 데츠코는 이번 일도 거절하지 못하고 나츠코에게 휘둘리게 된다.

히토미는 "연출에 관심을 두게 됐다기보다는 이 작품을 영화화하고 싶어 감독이 됐다"며 감독으로 전업한 계기를 설명했다. '얄미운 여자'는 가츠라 노조미가 2010년에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읽고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제가 원작을 읽었을 당시인 2011년에는 대지진이 있었는데,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생명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죠."

히토미가 영화를 만들 때 원작에서 받았던 이 상쾌함, 즉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감독으로 방한한 구로키 히토미
감독으로 방한한 구로키 히토미

(부산=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첫 연출 데뷔작 '얄미운 여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 배우 구로키 히토미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얄미운 여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7
ksujin@yna.co.kr

'얄미운 여자'는 여배우가, 그것도 40대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런 연령대의 여배우가 주연을 맡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가 이 작품을 연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반응이 대단했다. 올해 깜짝 놀랄만한 뉴스였다"고 당시 자국 내 반응을 전했다.

수십 년간 연기를 하다가 남의 연기를 지도해야 하는 감독이 된다는 것은 어색할 수도 있을 법.

"36년간 무대에 섰기에 연출이 저와는 관계가 없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굉장히 걱정이 들었습니다. 감독과 배우의 입장이 다른데…. 그러나 스위치를 돌려 제가 배우라는 사실을 잊고 감독으로서 현장에 임했습니다."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벌인 그는 '실락원'에서 불륜에 빠진 린코로 분해 대담한 연기를 선보이며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도쿄타워'(2005)에서는 20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40대 유부녀 시후미를 연기했다.

남다른 사랑을 연기해온 그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역할로서 이런 식의 연애를 하는 사람이구나 몰입하고 연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혼하고 나서 사랑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을 안 하고 살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게다가 그는 한번 연기한 캐릭터들은 잊고 산다고 한다. 그래야 새로운 배역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쿄타워'의 시후미가 저에게 왔다 갔고, 린코 역시 왔다 갔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여자가 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뒤돌아보면 '그런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나긴 하지만요."

감독으로서 차기작은 미정이다. 연출을 계속할지 자체가 미지수다.

그는 "제가 엄청나게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작품이 아니면 또 연출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이번에 굉장히 힘들었어요"라면서도 "하지만 인연이 닿을 작품이 있다면…"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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