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2007년 11월 16일 회의서 기권결정 기록 메모 있어"(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이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내용의 당시 회의 메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노 대통령의 기권 결정은 11월 20일에 이뤄졌다며 그에 앞선 18일 결의안 표결에 대한 '대북 사전 문의'를 주장하고, 문 전 대표 측은 16일 이미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한 상태에서 북한에 '사후 통보'했다며 반박하고 있어 노 대통령의 '기권 결정 시점'이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6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렸던 대통령 주재 회의는 비공식 회의였지만 나는 연설기획비서관으로서 회의에 배석해 당시 상황을 메모했다"며 "그날 노 대통령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을 결정한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은 회의에서 '외교장관이 양보하세요. 외교장관 말이 맞는데 이번엔 우리가 부담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이번에는 기권으로 합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당시 노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했다.

대통령의 비공식회의까지 배석해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던 자신의 메모에 근거해 16일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기권을 최종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대북 사전 문의'는 말이 안 되며 '사후 통보'가 맞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방침을 공식 브리핑했던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통령이 참석한 16일 회의에서 기권 방침을 결정했으나, 외교장관이 찬성 의견을 굽히지 않아 표결 직전인 20일 싱가포르를 방문을 수행 중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을 불러 의견을 들어주고 설득하고 재확인한 것"이라며 "대변인으로서 이 과정을 백 실장으로부터 전해 들었고, 주무장관을 설득하고 재확인한 것을 기준으로 최종적인 결정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게 합당하다는 백 실장의 판단에 따라 브리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 전 장관 입장에선 자신이 동의한 20일 모든 게 결정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내부결정→설득→최종발표 과정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의 '(18일) 저녁 늦게 청와대 서별관에 도착하니 다른 네 사람은 미리 와 있었다.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기술은 이를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16일 노 대통령 주재 회의에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 5명이 참석했다고 돼 있지만 내 메모에 근거하면 국정원장이 아니라 윤병세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했다. 이는 다른 참석자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며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11월 16일에 기권을 결정했느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증언은 물론 회의 기록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지만, 송 전 장관과 나머지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당시 회의가 대통령 사저에서 열린 비공식이어서 국가기록원에도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시 회의에 배석한 김 의원의 메모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상황에서 송 전 장관과 당시 이재정 통일장관·백종천 안보실장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참석자로 당시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증언도 중요한 판단 재료가 될 수 있다. 윤 장관은 11월 15·16·18일 회의에 참석,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16일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honeyb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10/20 18: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