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감 영장기각에 뿔난 검찰…선거 빚 내역도 공개
송고시간2016-10-20 14:38
검찰, 피고인 진술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에 포함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억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한 검찰이 단단히 뿔났다.
법원에서 2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돼 결국 불구속 상태로 이 교육감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그의 빚 내역과 조사 당시 진술까지 공개하며 향후 재판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이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이 교육감을 재판에 넘긴 뒤 보도자료를 통해 상세한 범죄 혐의를 언론에 알렸다. 주요 피의자를 기소한 뒤 범죄 사실을 공개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눈에 띄는 대목은 이 교육감의 구체적인 범행 시기와 범죄 혐의 외에도 선거 과정에서 진 빚 내역을 보도자료에 포함해 공개한 부분이다.
검찰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 직후 이 교육감의 채무는 총 4억5천만원이었지만 이 중 뇌물로 받은 3억원으로 빚 일부를 갚았을 뿐 나머지 1억5천만원은 지금까지도 갚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인천의 한 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 이사(57) 등으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금이 풍족하지 않은 이 교육감이 무리하게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기고도 거액의 선거 빚이 남자 뇌물을 받아 갚다가 일어난 범죄로 이번 사건을 규정했다.
검찰은 이 교육감의 피의자 신문 당시 진술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보통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조사 당시 진술을 검찰이 먼저 알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육감은 "선거사무장(62·구속기소)이 (빚을) 다 갚았다고 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해 어떻게 (채무를) 변제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출을 받아서 일부라도 갚을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의지가 없었다'며 '특히 변제 독촉이 심했던 3억원에 대해서는 공범들과 함께 뇌물을 받아 해결하고 나머지는 독촉을 받고도 방치해 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교육감이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선거연락소장 11명 중 한 명이 2014년 11월 선관위에 사실을 실토하려 하자 직접 만나 고발을 무마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3억원의 뇌물을 준 인물과 2015년 7월 보라카이로 골프여행을 가려다가 무산되자 한달 뒤 국내에서 골프를 함께 친 사실도 공개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빚 내역과 조사 당시 진술까지 공개한 건 2차례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이 부적절했고 구속 수사를 했어야 한다는 점을 늦게나마 다시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수사 단계에서 구속하지 못한 이 교육감을 향후 재판에서 법정 구속시키기 위해 '유죄'임을 적극 알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이 교육감의 사전 구속영장을 2차례나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인천지법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의 빚 내역을 공개한 건 범행 동기이자 사건의 배경이 된 자금 조달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며 "향후 재판에서도 철저하게 대비해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s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10/20 14: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