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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프리칸 닥터' 배급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마붑 대표

송고시간2016-11-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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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한국으로 귀화…영화 속 주인공과 정착과정 닮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프랑스 영화 '아프리칸 닥터'(줄리앙 람발디 감독)는 1975년 프랑스 북부의 시골 마을 말리고몽에 정착한 아프리카 의사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속 콩고 출신 세욜로는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 위해 시골 마을로 이주해 의사로 일한다. 이곳은 주민 전체가 평생 흑인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깡촌.

마을 사람들은 세욜로 가족을 벌레 보듯 경계할 뿐만 아니라 왕진 온 세욜로를 향해 총까지 쏜다.

세욜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다트 게임을 하는 등 그들의 삶을 조금씩 파고들면서 결국 마음을 얻는다.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프랑스 현지에서 56만 명을 불러모았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점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아프리칸 닥터' 배급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마붑 대표 - 1

'아프리칸 닥터' 속 세욜로 이야기는 이 영화를 한국에 들여온 수입·배급사 M&M 인터내셔널 이마붑 대표의 한국 정착기와 닮았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이 대표는 22살 때인 1999년 한국에 와 17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5년 전에는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 대표의 본명은 마붑 알엄, 그러나 한국인 아내 성(姓)을 따라 이 씨로 바꿨다고 한다.

'아프리칸 닥터' 개봉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국적도 포기하고, 이름도 개명했다"고 했다. 17년의 세월은 이 대표를 외모만 조금 다를 뿐 완전한 한국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를 보자 얼굴이 낯익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영화 '아수라'에서 단역이지만 눈에 띄는 악역으로 등장했고, 2009년에는 신동일 감독의 장편영화 '반두비'에서 주연을 맡는 등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경영학 관련 공부를 하던 이 대표는 처음에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땅을 밟았다고 한다.

"당시 해외유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비용 부담이 컸죠. 그래서 해외노동을 생각했고, 잠시 일을 한 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귀화까지 하게 됐네요."

이마붑 M&M인터내셔널 대표
이마붑 M&M인터내셔널 대표

[서울혁신센터 제공]

한국에서 그가 정착하기까지 과정은 세욜로 못지않게 힘들었다.

그는 처음 지방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노동운동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일하는 환경이 열악하고, 불운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다 보니 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이후 이주 노동자 공동체를 만들었고, 제도 개선을 위해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노동운동이 딱딱하다고 느낀 그는 이주 노동자 문제를 더 알기 쉽게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예술 분야에서 그 대안을 찾았다.

2004년 이주노동자 방송 'MWTV'를 설립해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제작했고 이주민문화예술단체인 '아시아 미디어 컬쳐 팩토리'(AMC팩토리)를 만들기도 했다. 미디어와 영화를 통해 조금씩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제가 한국에 올 때 이주 노동자는 20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만 명 정도로 10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전체 인구의 4%가량 되죠. 그런데도 이주 노동자에 관한 건강하고 다양한 콘텐츠는 아직 없는 편입니다. 있다고 해도 깊이는 없고 단순히 이주 노동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그가 영화 수입·배급업에 뛰어든 것도 다양한 콘텐츠를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그가 설립한 M&M 인터내셔널은 유럽영화와 서남아시아영화를 주로 수입·배급한다.

그가 수입한 첫 작품인 '아프리칸 닥터'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열흘간 발품을 팔아 발견했다. 그의 평소 생각을 잘 드러내 주는 영화여서 처음 볼 때부터 끌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주인공 세욜로가 매력적이었고,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요. 솔직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희망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 자체가 많이 다운된(가라앉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런 유쾌하면서도 메시지가 들어있는 영화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죠."

이 대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영화를 해외에 배급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마붑 M&M인터내셔널 대표
이마붑 M&M인터내셔널 대표

[서울혁신센터 제공]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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