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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거리로 나온 '교복부대'…"헬조선 개혁하라" 외쳐

송고시간2016-11-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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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한 돈으로 버스 대절해 상경 "박근혜 하야하라"

중고등학생, 근현대사 분수령에서 때마다 동력 역할

'중학생도 나라걱정'
'중학생도 나라걱정'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운천사거리에서 지역 7개 중학교 학생 50여명이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며 시국선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채새롬 최평천 기자 = 12일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인파 중에는 여드름 흔적이 남은 10대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은 이달 5일 집회에서 모금한 돈으로 버스를 대절하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분노의 목소리를 모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중고생혁명' 500여명은 이날 오후 교복 차림으로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생혁명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중고등학생은 더는 참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국을 앞장서 스스로 개혁하고자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쳐 중고생혁명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능정권을 퇴진시켜 더 나아가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 체제를 개혁해 낼 것"이라며 "교육체재를 개혁해 학생인권이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 중고등학생도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1운동을 이끌었던 16세 유관순 열사의 힘을, 4·19혁명을 일으킨 대구 고등학생 의거의 힘을,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 당당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중고생의 힘을, 우리 사회를 일깨워준 세월호 300인 고등학생 희생자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청소년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2천여명도 탑골공원 앞에서 모여 시국대회를 열었다. 역시 대다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박근혜 하야',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을비판했다.

상당수 학생은 이날 집회에 참가하려고 모금한 돈으로 대절한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이들이 대거 거리로 나온 배경에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로 대표되는 권력층의 각종 편법과 특혜에 분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로 나온 교복부대
거리로 나온 교복부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12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 여고생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충남 온양 용화고 3학년 하모양은 "수능이 다음 주지만 지금 수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충남에서 30여명이 모여 5일 모금한 돈으로 버스를 빌려 올라왔다"고 말했다.

수원여고 2학년 김모양은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알고 싶어 참석했다"며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광주 광덕고 2학년 박모군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회비 9천원을 모아 친구들 102명과 함께 왔다"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대통령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고생이 시대를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중고생은 1929년 가두투쟁을 벌이며 일제에 저항해 전국적인 항일 학생 민족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이른바 '광주학생운동'이다.

해방 이후 민주주의가 자리잡히는 과정에서도 중고생은 뚜렷한 역할을 했다. 김주열 열사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행방불명됐고, 마산 앞바다에서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혀 숨진 채 발견돼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첫 총격을 받은 이는 조선대부속고 3학년 김영찬군이었다. 김군이 다치자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결집됐다.

이 밖에 1987년 6월항쟁, 2000년대 촛불집회에도 중고등학생은 거리로 나와 시대의 목소리를 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에 있다"며 "10대도 자신들이 배운 데 비춰 보면 우리 사회가 잘못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10대는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경쟁에 내몰리는 부담이나 압력이 대단히 커 불안이나 분노를 가질 수 있다"며 "자율적인 민주주의 의식과 사회 부조리에 관한 분노에서 10대들도 예외가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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