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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트럼프 지지자들 "우리는 편협한 백인이 아니다"

송고시간2016-11-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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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청교도 가치 붕괴 속 "트럼프에서 희망을 봤다"

"'인종·성차별주의자' 낙인은 편견…이젠 할 말 다할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反) 트럼프 시위'가 미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데다 트럼프 지지는 곧 '인종·성차별하는 편향적인 레드넥(Red-neck·미국 남부 백인 노동자층을 비하하는 용어)'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곧 다가올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매해 11월 넷째 목요일)을 앞두고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화로 가족들이 모이지 않거나 연인들이 이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 화면 캡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 화면 캡처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13일(현지시간) '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했는가'라는 제하의 1면 머리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심층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LAT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에게 씌워진 '인종·성차별주의자, 여성·동성애 혐오자'라는 낙인을 매우 부당한 편견이라고 여기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한 것은 기득권 부패에 물들지 않고 강요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정면으로 맞선 신선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황폐해진 산업, 실업난 속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다시 위대해지는 미국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가 트럼프에 표를 던진 것은 편견이나 증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LAT는 전했다.

콜로라도 주 양로원에서 거주하는 에디스 게이트우드(72)는 "트럼프는 기득권 부패 정치인이 아니다"면서 "그가 선거 과정에서 막말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주류 언론들에 크게 부풀려졌다"고 했다.

미시시피 주 멘덴홀에 사는 낸시 루이스(58)는 "힐러리 클린턴은 이미 탐욕스러운 부패 기득권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가세했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경제적 불평등 심화, 정부의 비대화·관료주의화, 과도한 세금, 오만하고 독선적인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경제 침체로 인한 상실감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이유라고 밝힌 지지자들도 적지 않았다.

테네시 주의 소도시 셸비빌에서 이동주택업을 하는 백인 노먼 가드너(67)는 "이곳은 벽난로 회사, 연필 공장, 직물산업이 모두 사라지면서 산업 공동화 현상으로 오랫동안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공장들이 가동되기 바라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를 실현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클리블랜드의 제강공장에 다니다 감원으로 쫓겨난 흑인 에메트 로슨(58)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내건 트럼프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NAFTA 협정은 잘못된 협상이며 이를 트럼프가 잘 지적했다"면서 "트럼프는 기업인이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 헌팅턴비치에 거주하는 앤서니 미스컬린(37)은 "내가 트럼프를 찍은 것은 편견이나 증오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면서 "다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미스컬린은 현재 가파른 집값 상승과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구직난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트럼프의 강경 이민자 정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주 스콧데일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백인 여성 오드리 카츠(20)도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구축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현재 사귀고 있는 흑인 남자친구와 내년 4월 결혼할 예정이고 무슬림이나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전하면서 "트럼프 지지는 인종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AP=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아울러 동성 결혼 합법화 등 미국의 근간을 이룬 청교도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트럼프가 이를 지켜줄 보루라고 믿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 파운틴밸리에 사는 백인 여성 토냐 레지스터(57)는 "백악관에 무지개 깃발(성소수자의 상징)이 내걸리고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축하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다"고 했다.

조지아 주 팔메토에서 트럭운전을 하는 웨인 리(64)는 "트럼프가 스스로 내세운 공약들을 모두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의 행동은 변화이며 그는 진정성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주 뉴넌에서 태국 음식점을 경영하는 재닛 플래니건(54)은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인종·성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으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편향된 레드넥이 아니다"면서 "이제는 할 말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은 트럼프 당선이란 대이변을 촉발한 변수로 제3당 후보를 지지한 민주당원의 증가와 고졸 이하 백인의 공화당 결집, 클린턴의 적극적인 캠페인 실종 등 7가지로 꼽았다.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를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깎아내렸던 일과, 선거 막판에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이메일을 재수사하겠다고 한 것도 클린턴의 패배에 기여했다고 NPR은 덧붙였다.

미전역서 번지는 `反 트럼프 시위'
미전역서 번지는 `反 트럼프 시위'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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