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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푸틴 따라 국제형사재판소 탈퇴할지 모른다"

송고시간2016-11-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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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마약유혈 소탕전 국제재판 회피, 러시아와 '공조' 관계개선 포석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수도 리마로 출국하기에 앞서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뒤를 따라 필리핀의 ICC 탈퇴를 지시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는 쓸모없다"며 "러시아가 이를 탈퇴했는데 내가 그 뒤를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EPA=연합뉴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EPA=연합뉴스]

이런 발언은 APEC 회의 기간에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공감을 표시하며 양국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동시에 필리핀의 마약 유혈 소탕전에 대해 국제사법기구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 등을 재판하는 유일한 상설 기구로 현재 124개국이 가입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가 'ICC에 관한 로마 규정'에서 탈퇴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에 의한 크림 합병을 크림 주민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분쟁으로 규정한 ICC에 반발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아이돌' 또는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라고 불렀다. 또 "푸틴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싶으며 양국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상대방에 팔거나 수출할 것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ICC가 지난 10월 필리핀에서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잇달아 사살돼 인권침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국제재판을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ICC의 탈퇴를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필리핀 내 누구든 지시·요구·조장 등 행위로 집단 폭력을 선동하거나 이에 관여하면 잠재적으로 ICC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폭력과 불의로 고통 겪는 필리핀과 같은 작은 국가에 ICC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ICC가 있는데도 시리아 알레포와 이라크 모술에서는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면 내가 거기에 첫 번째로 참여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자신의 마약 소탕 방식을 비판하는 미국, 유엔을 향해 욕설도 서슴지 않으며 이전 정부의 친미, 친서방 외교노선을 수정했다. 유엔 탈퇴를 경고하는 물론 미국과의 '결별'도 선언했다가 한발 물러섰지만, 반감은 여전하다.

마약 단속 나선 필리핀 경찰[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약 단속 나선 필리핀 경찰[AP=연합뉴스 자료사진]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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