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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이름부터 최순실 이권까지…朴대통령 지시냐 뜻이냐

송고시간2016-1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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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도·인식'이 중요…지시받아 한 건가 뜻 받들어 한 건가

檢 "범죄 혐의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사실상 피의자' 관측도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20일로 예상되는 최씨 기소를 앞두고 정점을 향해 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계속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양대 축인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상당히 구체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다만, 이것이 대통령의 명시적·노골적인 지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또는 의중을 헤아려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범죄 의도(범의)가 있었는지, 불법행위임을 인식했는지가 관건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러한 정황 등을 고려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위법이 있는지, 책임성이 있는지를 가리게된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상당 부분 '대통령의 지시'를 의심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은 '대통령은 일상적인 지시를 했을 뿐 불법·위법 행위까지 지시하진 않았다, 불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구체적으로 몰랐다, '실행자'들이 '오버'해 행동에 옮겼거나 그 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것이다'라는 식으로 방어막을 칠 전망이다.

◇ 재단 명명·모금·인사까지 '깨알 지시', "문건 보여주라"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 구상부터 출범 후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안종범 전 수석(구속)에게 세부 지시를 내리고 이행 상황을 수시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안 전 수석의 2015년 업무 수첩에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은 작년 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구상을 밝히면서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 실무 작업에 나서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어 작년 7월 24∼25일 청와대로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등 7대 그룹 총수를 불러 개별 면담을 했다. 대통령이 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순실, 다시 검찰로
최순실, 다시 검찰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으로 구속 수감된 최순실이 지난 17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르재단이 출범한 작년 10월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설립 준비 상황을 물었으나 실무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자 크게 질책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출범 직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불러 재단의 이름을 '미르'로 하라면서 명명 취지를 설명하고, 초대 이사장 등 주요 이사진 명단까지 건네준 것으로 수첩에는 적혀 있다.

두 재단 출범 뒤에도 박 대통령은 운영에 큰 관심을 보이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흔적이 엿보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모두 설립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올해 2월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전후로 박 대통령은 다시 삼성, 현대차, SK, 롯데 총수들을 불러 개별 면담을 했다.

검찰은 이후 K스포츠재단 인사들과 최씨 개인 회사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이 롯데와 SK 등 기업에 추가 모금 활동을 적극적으로 편 것으로 보고 대통령의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대통령과 총수 면담에서 '민원'이 있었을 경우 뇌물죄 검토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이 재단과 무관한 최씨 측의 이권 챙기기로 의심되는 '개별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고 참모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파악됐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차은택(47·구속)의 포스코 계열 광고사 강탈 시도에 앞서 "국민 기업인 포스코의 계열사가 분리되면서 대기업이 독식해서는 안 되니 중견·중소기업이 인수할 수 있게 잘 챙겨달라"는 취지로 말해 차씨 측을 도왔다고 진술했다.

또 최씨 개인 회사로 의심되는 더블루케이가 평창올림픽 공사 수주를 노리고 스위스 누슬리사 양해 각서를 체결하는 데 동석하고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펜싱팀 창단 등을 지원했는데 모두 대통령이 관심을 보여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청와대에 대기업들이 모였을 때 안 전 수석이 나서 최씨 측이 지배하는 것으로 보이는 홍보대행사 더플레이그라운드의 팸플릿을 돌리는 등 노골적으로 최씨 측의 이권 사업을 지원하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아울러 검찰은 박 대통령이 정호성 전 비서관(구속)을 통해 최씨에게 청와대와 각 부처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분석 등을 통해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 등 문서를 보여주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유출된 문건을 분석한 결과 몇몇은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어 정씨 구속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대면조사를 통해 최씨 측에 문건을 보여주도록 지시한 배경, 연설문이 아닌 다른 정부 문건이 최씨 측에 흘러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TV 캡처]

◇ "법적 책임 불가피" vs "범의 입증이 관건"

법조계에서는 임기 중 소추 가능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 정황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이 법적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공익 재단에 돈이 귀속된 것일지라도 액수가 너무 크다는 점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익 재단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규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관리·감독을 받는 재단에 자금이 모였다는 점에서 모금의 강제성이나 불법성을 명확히 규정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익 주체가 자연인이 아닌 재단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조사 없이 19∼20일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은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을 기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을 '∼와 공모해'라는 식으로 공범으로 적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책임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사실 위주로 '정황 설명'을 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피고인 ○○○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아니면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와 같이 대통령의 지시 사실 등 역할을 기술하는 방안이다.

또 내주 대통령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 검찰이 쥔 패를 보여주지 않는 차원에서 관여 여부 기술은 최씨 등의 범죄사실 설명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인사들은 여러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범죄행위인지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한 '범의(犯意)'가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 때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최씨 개인 비리로 규정하고 '피해자' 성격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향후 박 대통령 측은 최씨 등이 문화 융성, 체육 인재 육성이라는 좋은 취지의 사업을 추진한 과정에서 대통령을 속이고 이권을 취했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은 대통령 행위 이면의 동기를 밝혀내고 과정상의 불법을 인식했는지 규명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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