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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 APEC회의 숨은 주인공은?… 현장에 오지 않은 트럼프

송고시간2016-11-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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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0일(현지시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정상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APEC 각료회의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일련의 회의의 화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판한 대선 기간 그의 발언이 시종일관 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미국은 더이상 세계의 경찰관 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복잡한 계산속으로 몰아넣었다.

외신에 따르면 회의 기간 내내 각국 정상을 비롯한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각국 지도자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자유무역이 "미국의 고용을 위협한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트럼프의 발언을 의식한 것이다.

정상선언은 "글로벌화와 경제통합에 회의적인 견해가 확산해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통합과 열린 시장이 사회적 평등과 생활 수준 향상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역내 21개 국가와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구상'에 관한 부속문서로 '리마 선언'도 채택했다.

리마 선언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타결된 TPP와 중국 주도로 협상이 진행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2개의 협정을 토대로 FTAAP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APEC 회원국들은 2014년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FTAAP 설립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차기 미국 정부를 염두에 둔 정상외교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리마로 가는 길에 뉴욕에 들러 외국 정상으로는 맨 먼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 차기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TPP 폐기를 공식화하는 바람에 사실상 폐기 위기를 맞고 있는 TPP 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이야말로 세계 경제성장의 원점"이라면서 "TPP는 자유롭고 공정한 룰에 토대를 둔 경제권으로 포괄적인 성장의 기초로 아태자유무역구상에 이르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TPP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자국이 주도하고 있는 RCEP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를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둔 외교활동을 했다.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는 제쳐놓고 역내 국가들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양국이 대립하는 문제는 미뤄두고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먼저 이견을 제쳐놓고 남중국해의 공동 개발을 추구함으로써 분쟁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제안에 꽝 주석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선 기간 "세계의 경찰 역할 포기"를 공언한 트럼프 차기 정부를 의식, 남중국해를 비롯한 역내의 "평화"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하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속셈은 다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 과시도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FTAAP 실현을 추진하자고 말했다. 트럼프가 TPP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무역질서를 주도하자는 제안이다.

러시아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내년 5월 중국을 방문,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 관련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 시리아 내전 등 중요한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 등을 놓고 미·러관계는 냉전 후 최악의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트럼프는 대선 기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여러 차례 호의적인 발언을 한 데 이어 지난 14일 전화통화에서도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지면 푸틴정권이 중국에 거리를 두기 시작할지 모른다"며 경계하고 있다. 규모 큰 경제협력안건 등 눈에 띄는 합의사항이 없는데도 시 주석이 푸틴과의 밀월관계를 과시한 배경에는 러시아를 중국 곁에 붙들어 두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친근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 정립과정에서 되도록 우위를 차지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음 직하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만난 외국 정상은 주최국 페루를 빼면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4개국뿐이었다.

리마 APEC회의 숨은 주인공은?… 현장에 오지 않은 트럼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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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 APEC회의 숨은 주인공은?… 현장에 오지 않은 트럼프 - 3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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