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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는 하지만…' 분노의 촛불에 흔들리는 국정역사교과서

송고시간2016-11-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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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수정" vs "독재 회귀" 논란 속 추진과정 우여곡절

여론 추이·탄핵 정국 향방 따라 교과서 운명 결정될 듯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배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배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현장검토본의 형태로 28일 드디어 모습을 공개한다.

정부는 기존 검정교과서의 편향성 등을 지적하며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정화=독재 미화'라는 논란 속에 편찬기준과 집필진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리에 편찬된 데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추진 과정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교육부는 당초 국정화 강행 입장에서 일단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현장 적용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다.

청와대는 "국정 교과서는 예정대로 간다"는 기조를 재확인했지만 향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정국 상황에 따라 이런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국정화 추진 논리 "북한 우호적 서술…집필진 좌편향"

정부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면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현행 검정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됐다는 점을 들었다. 고교 한국사 과목의 경우 현재 총 8개 출판사별 교과서가 검정체제로 발행돼 각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중에서 특히 북한 관련 서술을 문제 삼았다.

6.25 전쟁 발발의 책임은 남북 양쪽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술됐고 남북 분단의 원인은 남한에 책임이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또 주체사상을 지나치게 길게 서술하고 북한이 내세우는 선전구호를 그대로 수록하는 등 북한에 우호적인 서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정화 찬성론자들은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특정 단체 출신이 많다고 지적하며 '집필진이 '좌편향'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난해 10월 당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 다수가 공정성, 균형성, 역사관을 의심하기 충분한,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사교과서의 사실 오류와 편향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가 수정명령을 내렸지만 법적 분쟁이 계속되면서 검정교과서 체제로는 수정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국정화 불가피론의 근거 중 하나였다.

정부는 이밖에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을 기술하면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보다는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준다는 주장도 폈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차례 국정화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22일에는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1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해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11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해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 진영에서는 검정교과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공(功)보다는 과(過)에만 치우쳐 서술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주장에 대해 '특정 역사관'을 주입하기 위한 '색깔 공세'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교과서 내용이나 용어, 표현 등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 현장에서 큰 문제없이 사용돼 온 교과서에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국정화 방식으로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겠다는 것은 독재시대의 발상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일었다.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연합뉴스TV 제공]

◇ 편찬기준·집필진 비공개로 6개월 만에 '깜깜이 집필'

계속되는 논란 속에 국정화와 검정제도 강화 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교육부는 결국 국정화로 방향을 정하고 지난해 10월12일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바뀌는 교과서는 2018년부터 순차 적용된다.

그러나 역사교과서만 시기를 앞당겨 2017년부터 적용하는 내용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도 지난해 11월 5일 고시하면서 국정화를 위한 행정절차도 마무리했다.

집필을 주관한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지난해 11월 4일 역사교과서 집필 방향과 함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각각 상고사, 고대사 분야 대표집필진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 명예교수는 여기자 성희롱 논란 끝에 선정 이틀만인 11월6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국편은 공모와 초빙을 통해 신 명예교수 등 집필진 47명과 편찬심의위원 16명을 확정했다. 그러나 '집필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 집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로 집필진과 편찬기준을 교과서 완성 때까지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밀실 집필'·'깜깜이 집필'이란 비판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공모로 집필진에 참여했던 서울 대경상업고 김형도 교사가 스스로 집필진임을 공개하면서 자질 논란에 휘말렸다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교과서 집필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약 6개월 동안 원고본 집필을 마치고 심의를 거쳐 현장검토본이 완성됐다.

전교조 정부서울청사 앞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교조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이준식 교육부장관 퇴진을 위한 범시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2016.11.25 kimsdoo@yna.co.kr

전교조 정부서울청사 앞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전교조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이준식 교육부장관 퇴진을 위한 범시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2016.11.25 kimsdoo@yna.co.kr

지난 2015년 10월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 공식발표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10월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 공식발표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공개는 했지만 향후 일정은 '안갯속'

우여곡절 끝에 현장검토본 공개까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향후 일정은 '안갯속'이다.

지금까지 '친일·독재 미화' 등 교과서의 내용을 두고 주로 논란이 있었던 것에서 이제는 국정화 추진 과정까지 논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10월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비선실세'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김상률 청와대 전 교육문화수석이 최씨의 측근이었던 차은택씨의 외삼촌이었다는 점에서 김 전 수석을 통해 최씨가 국정교과서 문제를 주무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와 최씨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오류없고 편향되지 않은 훌륭한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국정화 추진 과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터라 설사 '완벽한'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해도 국민 정서상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데 교육부의 고민이 있다.

교육부는 여론을 고려할 때 국정교과서를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과서의 내용을 살릴 수 있는 현장 적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 시기에 맞춰 다른 교과서처럼 2018년으로 시행 시기를 미루고 대신 일부 시범학교에만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 기존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 중에서 일선 학교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국회에서도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되는 등 교육부 압박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점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도 국정화 결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청와대가 끝내 국정화를 강행한다 해도 국정교과서의 수명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국정교과서는 폐기 수순을 밟게 돼 '1년짜리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국정화가 강행되면 교육감과 교사들의 반발 속에 학교 현장에서도 큰 혼란이 우려된다.

생각에 잠긴 교육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25 hkmpooh@yna.co.kr

생각에 잠긴 교육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25 hkmpooh@yna.co.kr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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