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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국정 역사교과서 보수논리 반영" 비판(종합)

송고시간2016-11-2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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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건국절 사실 제대로 표현…이전보다 개선돼"

논란 예상되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
논란 예상되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

(세종=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사용돼 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했지만 진보와 보수 간의 치열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정부가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컸다.

교육부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밝혔지만 국정 교과서 반대 진영은 이른바 '건국절 사관'과 박정희 정권 미화 등 보수 진영의 주장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측에서는 이번 교과서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 서술이 이뤄졌다고 봤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진영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에서 이야기한 것을 충실하게 담은 편향된 교과서"라며 "이것이 '올바른 교과서'라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집필자 구성을 보면 역사학자를 배제하고 보수적인 사회과학자로 채웠고, 일부 학자는 현대사학회에서 활동하는 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대한민국의 교과서포럼 인사들이 주축이 된 보수 성향의 단체다. 이 학회의 전·현직 회장은 과거 문제가 된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자로 참여한 바 있다.

주 교수는 국정 교과서에서 박정희 정권이 미화된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새마을 운동에 대해 별도 항목으로 다뤄져 과다하게 서술됐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교과서에 실렸던 5·16 군사정변 당시 군복을 입은 박정희 장군의 사진이 이번 교과서에서는 빠졌다.

교과서 공개하는 이준식 부총리
교과서 공개하는 이준식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하고 있다.

주 교수는 "'군사정변'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변의 주역으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각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사연구회 회장인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학계의 일반적인 이야기가 수용되지 않고 뉴라이트 계열의 사회과학자들이 필진으로 들어가 서술했다"며 "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공은 부각되고 과에 대한 서술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정권을 기술할 때 '권위주의 정치 체제'라고 한 것은 '독재'라는 표현을 피하려고 한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또한 교과서에서 "북한과 비교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으로 찾으려고 했는데 이는 시대에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건국절 사관이 반영된 문제도 지적됐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올바른 교과서'에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됐다. 기존 검정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라는 표현에서 '정부'라는 용어가 빠졌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1948년 8월 15일에 정부가 수립됐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국가'가 완성됐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대한민국 수립'으로의 변경 당위성을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 말하는 '1948년 건국설'과 맥이 맞닿은 설명이다.

1948년 건국설은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적인 학자들이 주장하는 입장으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919년 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망명정부이고 영토, 국민, 주권이라는 근대국가의 구성요소를 갖춘 것은 해방 후 탄생한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기존 학계에서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국민주권 원리를 내세운 것을 대한민국의 성립으로 보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1948년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은 기미(1919년)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해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해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며 1919년 대한민국 건립과 1948년 재건을 명시해놓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면무효'를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근대국가라는 개념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 우리 헌법에서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있어 1919년 임시정부뿐 아니라 현재 분단된 대한민국도 온전한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1948년 건국설의 반대진영 측은 지적한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쓰고 싶지만 반대가 심해 쓸 수 없고 '정부수립'이라고는 안 하고 싶으니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과거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에는 건국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1948년 건국설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판한다. 1948년을 건국으로 기념하게 되면 일본강점기의 독립운동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건국공로자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이들 중에는 친일 세력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또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계열 인사들이 배제된 까닭에 이들의 독립투쟁과 해방 후 좌우합작을 통한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 역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안병욱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서 박정희 군사정권,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는 우익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탄생신화를 역사적으로 공인받으려고 하는 것이 1948년 국가수립론"이라며 "이승만 등 우익세력이 좌익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한국 정부를 만든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이들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 계열의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1950∼1960년대 교과서를 보면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했는데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고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1948년에 공식적으로 건국된 것을 부족하나마 제대로 표현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성립'이라는 용어는 1차 교육과정(1956)부터 7차 교육과정(2009)까지의 시기에 사용됐다.

또 보수진영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상세하게 기술하거나 한국전쟁의 책임이 북한의 불법 남침임을 강조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전 교과서보다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예전 교과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북한은 좋은 나라로 이해할 소지가 있게끔 기술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쟁사를 서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가"라며 "역사 교육의 역할이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돼 있는데 근현대사 서술이 모호한 기존 교과서는 대폭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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