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 공개…현대사부문 공정성 논란(종합2보)

송고시간2016-11-28 18:5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역사학자 전무…"보수성향 일색에 관 주변 학자 많아"

교육부 "검정교과서 이념적 편향성 극복, 치우치지 않은 권위자들 참여"

한 집필자는 SNS에 '대통령님 위해 기도하자' 글 올려 논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철통보안'을 유지했던 집필진 명단도 28일 교과서 현장검토본과 함께 공개됐다.

국내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집필진이 꾸려져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관변·보수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은 모두 31명이다.

고교 한국사에 27명이,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31명이 참여했으며 대부분은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동시에 참여했다.

대표 집필자로 이미 공개됐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선사·고대) 외에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상 근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이상 현대) 등이 포함됐다.

기존 검정교과서는 교사 1∼2명이 1개 단원 전체를 집필했지만, 이번 국정 교과서는 인원을 대폭 보강해 1개 단원을 교수 3명과 교원 1명이 함께 집필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2016.11.28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총 집필 인원은 기존 검정교과서 대비 약 3.5배 이상, 단원당 집필 인원은 기존 검정교과서 대비 3배 이상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투입 인원을 늘려 로 교과서의 질 향상을 꾀했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당정회의
역사교과서 당정회의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부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당정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scoop@yna.co.kr

국정 교과서 편찬을 전담한 국사편찬위원회는 "균형성·전문성을 고려해 공모와 초빙을 통해 학계의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을 집필에 참여시켰다"는 것이 국사편찬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을 둘러싼 논란은 명단 공개와 동시에 불이 붙었다.

먼저, 국내 역사학자 대다수가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집필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꾸려진 집필진이 다양성·객관성·중립성 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한국근·현대사 집필진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여전히 학계에서도 진보·중도·보수 등 진영에 따라 역사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려 이번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누가 포함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 부분은 모두 5명의 교수와 1명의 현장교사가 참여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현 국사편찬위원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주로 연구해온 정치학자다.

현재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어 '관변'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특히 그는 SNS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올려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 교수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자신과 박 대통령이 함께 나온 사진과 함께 "벼랑끝에 몰린 대통령님 곁에 책임지는 측근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할 때"라며 "하느님 앞에 죄없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중앙대 김승욱 교수와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경제사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들이다. 특히 김낙년 교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의 중심에 있던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기도 했다.

일본 강점기나 박정희 정부 시절의 경제성장을 축적된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해왔으나 주류 역사학계와 거리를 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정치학자이고, 나종남 교수는 육사를 졸업한 장교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거쳐 현재 육사에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사학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헌법학자로, 보수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브리핑룸 나서는 김정배 위원장
브리핑룸 나서는 김정배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 집필진들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2016.11.28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배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배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utzza@yna.co.kr

현대사 집필진에 역사학자가 거의 없는 것과 관련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한국현대사는 연구 역사가 매우 일천하고, 역사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 특히 현대사는 사회과학과의 학제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사 부문의 '역사학자 공백'과 더불어 집필진의 성향과 관(官) 주변 연구자가 많다는 것도 집필진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의 이유로 제시된다.

실제로 대학이나 민간연구소보다는 정부 출연 재단이나 보훈·국방 관련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온 학자들이 많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사 연구자는 "집필진에 육사 교수, 국립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정부의 국정교과서 참여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인사들이 많이 보이고 성향도 대부분 보수일색"이라고 말했다.

중도·진보성향 학자들의 집필참여 거부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추는 것이 어려웠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공정하지 않은 인적 구성이라는 것이다.

공개된 집필진을 두고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親) 정부 성향의 관변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의원일동'(도종환 의원 외 13명)은 성명을 내고 "현대사 집필진7명 중에 현대사 전공자는 없었고 4명이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나 '교과서포럼'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남은 2명도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의 집필진으로 가득 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개된 현장 검토본 교과서에 대해선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했을 뿐 아니라 친일·독재를 미화한 내용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공적을 과대포장하고 과오는 축소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기존 검정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 극복을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권위자들로 집필진을 꾸렸으며 교과서 내용도 기존 검정교과서들보다 균형 잡히고 더 객관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폐쇄적 민족사관이나 투쟁일변도의 역사서술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 어떤 공과가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이번 교과서는 이런 관점을 반영해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