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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근로자가 호기심에 누른 단추 '종합병원 비상상황'(종합)

송고시간2016-12-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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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타워 관리요원 화재진압 설비 작동시켜…7명 가스 흡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광천동의 200병상급 중형 병원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펑'하는 파열음과 함께 희뿌연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병원 지하와 연결된 주차타워를 관리하는 직원 A(67)씨가 붉은색 조명이 들어오는 스위치 박스에 손을 갖다 댄 순간 파란색 압축용기 25개에 보관된 이산화탄소(CO₂) 1천500ℓ가 좁은 실내에 가득 들어찼다.

병원주차장 이산화탄소 가스 유출 현장 수습에 나선 119대원들.
병원주차장 이산화탄소 가스 유출 현장 수습에 나선 119대원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주차타워는 불이 나면 뼈대와 외부마감재가 동시에 녹아내리며 무너질 위험이 커 이산화탄소를 소화용 가스로 사용하는 화재진압용 설비가 층마다 설치돼 있다.

이 설비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분사하는 동시에 화재의 연료가 되는 산소를 빨아들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쩔 줄 모르던 A씨는 주변에 있던 동료 1명과 함께 산소 부족 현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와 동료는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다른 직원들과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실신한 A씨 등은 의료진이 산소를 공급하자 이내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던 환자 보호자 1명과 구조에 나선 직원 4명의 건강 상태도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찬 퀴퀴한 가스 잔향이 모두 빠져나가기까지는 30여분이 소요됐다.

당국은 40여명의 경찰·소방 인력과 10여대의 장비를 동원해 사태 수습과 경위 파악에 나섰다.

'병원'과 '가스 유출'이라는 정보를 접한 취재진도 속속 모여들었다.

현장 수습에 나선 119대원들.
현장 수습에 나선 119대원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병원 측은 한창 진료로 바빴을 금요일 오전에 상황을 수습하고 환자·가족의 안전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병실에서 안정을 찾은 A씨는 경찰 관계자에게 "기계가 오작동했다"고 주장했다가 "평소 한 번도 안 눌러본 스위치라 누르면 뭐가 되겠구나"라고 슬쩍 진술을 바꿨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찰은 A씨가 회복하는 대로 소환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또 병원 측이 A씨에게 평소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행했는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소방설비 업체에 따르면 주차타워에 화재진압용 이산화탄소 가스를 새로 채우려면 용기 1개당 27만∼28만원이 든다.

여기에 용기를 수거해서 다시 배달하고, 설치를 마친 뒤 소방안전필증을 재교부받는 비용은 빠져있다.

병원 측은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내규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할 예정이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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