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호텔 외국 사절·이익단체 북적…이해상충 논란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호화 호텔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 외국 대사관과 이익단체들이 몰려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공직윤리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기부자들을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6일 저녁(현지시간) 이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초청 연설을 마련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이 행사는 전에는 대부분 이 호텔 맞은편의 로널드 레이건 센터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 재단의 웨슬리 덴튼 대변인은 트럼프 호텔을 택한 이유로 "(레이건센터가)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보안상의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대선이 있은 지 일주일 지난 시점에는 100여 개 나라 외교관이 모이는 대규모 리셉션이 이 호텔에서 개최됐다.

오는 15일에는 유대계 압력단체인 전미유대인기구의장회의(CPMAJO)가 아제르바이잔대사관과 공동으로 유대인 명절인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 연회를 이 호텔에서 열 계획이다.

이 단체 말컴 호엔라인 회장은 트럼프 측에 무슨 대가를 기대하고 이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대통령 취임 전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1월 20일까지 트럼프는 민간인이고 '이해상충' 문제도 그때까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두 시간 동안 누가 호텔 방을 빌리는지 트럼프가 알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오바마 정부가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 나라다.

주미 바레인 대사관이 7일 이 호텔에서 여는 국경일 행사도 같은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바레인 역시 아제르바이잔처럼 인권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6월에는 연방상원의원들로 구성된 초당파그룹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바레인의 언론과 반체제인사 탄압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바레인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 계획과 관련해 제임스 맥거번(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은 트럼프 측에 최근 바레인으로부터 호텔 사용료를 받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공직윤리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외국 정부와 압력단체들이 트럼프 측의 비위를 맞추려고 일부러 이 호텔에 행사를 몰아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호텔이 들어선 건물이 바로 미국 정부 소유라는 점이다. 트럼프 그룹은 이 건물을 60년간 사용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그룹은 연간 대여료 외에도 호텔의 매출에 비례한 '프리미엄'을 정부에 지불하고 있다.

미국 정부 소유 건물의 임차 관련 계약은 연방조달청(GSA)이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새 조달청장도 트럼프가 임명하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직윤리 전문가들은 대선 레이스 때부터 트럼프 그룹에 '이해상충' 문제의 해소를 위해 이 호텔의 지분을 전부 매각하라고 요구해왔다.

트럼프 그룹이 호텔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미정이다.

트럼프는 오는 15일 뉴욕 기자회견 때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yongl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12/07 15: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