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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고영태-차은택 엇갈린 '삼각 애증'…판도라 상자 열었다

송고시간2016-12-0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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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2012년 말 최순실과 관계 시작…2년 전 최순실·차은택과 모두 소원

차은택은 2014년 최순실 처음 만나…한두 달 만에 장관 추천할 정도로 가까워져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정현 현혜란 기자 =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고 막말하고 종 부리듯 해 폭발했다…2015년초 TV조선을 찾아가 동영상과 자료를 줬다"(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박근혜 정부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이 초래되고, 또 그 베일을 벗은 이면에는 최순실-고영태-차은택 3인의 얼키고 설킨 '삼각 애증관계'가 작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속속 나왔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와 그의 수족이나 다름없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그리고 차은택 전 광고감독은 한때 권력의 맛을 함께 누린 돈독한 사이였지만 서로간에 생긴 '관계의 균열'이 결국 폭로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날 청문회장에 나온 차씨와 고씨는 세 사람간의 '애증의 역사'를 보여주는 구체적 증언들을 내놨다.

세 사람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고씨는 지인으로부터 가방 신상품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에 최순실씨를 처음 만났다.

이때부터 최씨의 주문으로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고 이는 당시 이영선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고영태 답변
고영태 답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고영태 전 더 블루케이 이사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2.7
hkmpooh@yna.co.kr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씨가 두 사람에 대해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날 청문회에선 '남녀관계인가'는 질문도 나왔으나 고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며 부인했다.

그러던 2014년 최순실씨는 광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고씨는 직원 중에 가까운 사람이 있던 CF 감독 차씨를 소개해준다.

최씨와 차씨는 이를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만난 지 한두 달 만에 최씨는 차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차씨는 그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콘텐츠진흥원장도 추천했다.

이때 일화가 그해 6월경 최씨 지시로 차씨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만난 것이었다.

차씨는 이에 대해 "김 전 실장과 만나 의논하라는 것은 딱히 없었고 당시 제가 최순실 씨에게 신뢰를 별로 못 가져서 저한테 뭘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이 분이 굉장히 고위 관료들과 가깝구나고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씨는 또 "최순실과 대통령이 굉장히 가까운 관계로 생각했다"면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차씨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에 위촉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 사람의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 씨 청문회 답변
차은택 씨 청문회 답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2.7
hkmpooh@yna.co.kr

그러다가 2014년 말부터 고씨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고씨는 최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에 대해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와 고씨는 차씨에게 각기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기도 했다.

차씨는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들었다"며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갖고 왔고 그 돈이 본인의 돈이라고 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씨는 딸 정유라의 강아지를 고씨에게 맡겼다가 다시 찾으러 왔는데, 당시 골프를 치러 간 고씨가 연락을 못 받아 서로 싸운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고 난 이후 고씨는 TV 조선을 찾아가 최씨 문제를 제보했다.

고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2015년초에 TV 조선을 찾아간 적이 있다. 대통령 순방일정이나 차은택의 기업 자료, CCTV 자료 등 여러가지를 가져 갔다"고 말했다.

고씨는 그러나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저하고 전혀 무관하다"며 "만약 제 것이었다면 제가 바보처럼 거기에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던 최순실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는 내가 운동을 했다. 욱 하는게 있어서 그런 생각이 없었다. 후회도 안 했다"고 말했다.

차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에 대해 고씨는 "광고라는 게 다 같은 광고인 줄 알았는데 차씨가 거기에 미흡하다는 판단을 했을 때, 소개를 잘못했구나 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차씨의 등장으로 최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처음 언론에 제보한 고씨는 이날 국회의원들로부터 '영웅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고씨를 "우리 고영태 증인"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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