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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호강하지만 겨우 이러려고?"…'푸른바다의 전설'

송고시간2016-12-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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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기복제의 연속·구멍난 연기력으로 기대 부응 못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러려고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 이민호는 뭉쳤나. 겨우 이러려고.

모든 장면 눈은 호사를 누린다. 전지현과 이민호는 화면에 등장하는 매 순간이 아름답고 멋지다. 특히 전지현의 인어 변신은 누가 그를 대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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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뿐이다. 멋진 화보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BS TV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이 시청률에서는 17~18%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품성에서는 실패한 드라마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시청자는 이들 톱스타 3인방에게 가슴 뛰게 하는 드라마를, 감동적인 연기를, 환상적인 조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8회가 지나도록 없다. 그중 단 하나도.

◇ '별에서 온 그대'와 차별에 실패

'푸른바다의 전설'은 박지은 작가의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답습에 머물고 있다. 외계인이 인어로 바뀌었을 뿐, 게으른 자기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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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조선을 오가는 설정, 초월적 존재로 인한 판타지, 아름다운 전지현의 멋진 패션쇼와 코믹한 백치미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성공시킨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줄이야.

답습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퇴보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인어의 캐릭터는, 이미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보았기 때문에 식상하고 지루하다.

전지현은 뇌가 순정했던 천송이에서 한술 더 떠 아예 인간 문명에 무지한 인어를 선보이면서 천송이 캐릭터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더했다. 그런데 그게 웃기는 게 아니라 억지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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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도 반복적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눈밭 키스와 '푸른바다의 전설'의 스키장 로맨스는 데칼코마니다. 한밤 중 주인공의 치명적인 교통사고 역시 두 드라마가 같다.

또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신성록이 담당했던 사이코패스를 이번에는 성동일이 담당하고 있는 구도, 그로 인해 살벌한 죽음의 위협이 호시탐탐 도사리는 분위기도 똑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슴 뛰게 하는 드라마는 실종이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뛰었던 가슴이 '재방송'과 같은 '푸른바다의 전설'을 보며 다시 뛸 것이라 기대했다면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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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지 않은 드라마에 구멍 난 연기력

그럼에도 전지현과 이민호를 한 화면에서 보는 것은 호강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컷 한 컷 이들을 잡은 화면은 근사한 광고를 보는 듯 순간 집중을 유도한다.

그러나 '푸른바다의 전설'은 15초 광고가 아니라 60분 드라마다. "보면서 계속 딴짓을 한다" "집중이 안되고 하품이 난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언젠가는 자기가 살던 별로 돌아가야 하는 외계인과 죽지 않으려면 자기가 살던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인어의 이야기가 태생적으로 비슷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새로울 게 없다.

수백만 원짜리 눈부신 스키복을 입은 전지현의 환상적인 자태는 황송하지만 그의 연기는 자기복제에 머물고 있고, 이민호는 근사하기가 이보다 더할 수 없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로 구멍 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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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연기가 이렇다 보니 특별 출연으로 2회 등장한 조정석의 존재감이 극 전체를 압도했을 정도.

똑같이 유치한 이야기라도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조정석이 보여주면서 주연들의 연기가 더 아쉽게 다가온다.

배우들이 연기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외모와 패션으로 승부를 거니 감동도, 그 흔한 '케미'도 없다.

심지어 조연을 맡은 문소리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다.

◇ 그래도 스타파워는 막강…이미 손익분기점 넘어

그래도 스타파워는 막강하다.

이리 허점이 많아도 시청률 17%대를 유지하고 광고도 완판되고 있는 데다, 해외 수출 호조로 드라마는 남는 장사를 하게 됐다.

비록 '사드 정국'으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크게 한몫은 챙기지 못했지만, 거물 한류스타 전지현-이민호의 스타파워는 '푸른바다의 전설'이 중국에 팔리지 않아도 돈을 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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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 제작에 무려 220억 원을 투입한 이 드라마는 SBS에 회당 약 3억5천만 원에 방영권을 팔았고, 아시아와 미주 등 해외 시장에 두루 잘 팔렸다.

제작사 문화창고는 "중국에 팔지는 못했지만, 손해는 안 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작' 130억 원을 투입한 '태양의 후예'가 대대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고수익을 창출한 것과 비교하면 '푸른바다의 전설'은 이래저래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제작진도 220억짜리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려고 했을 리 만무했겠지만, 220억을 투입했음에도 잘 만든 드라마가 되지 못했으니 뒷맛이 씁쓸하다.

아직 12부가 남았으니 역전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후반전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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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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