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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경제> 자율주행차부터 암 진단까지…인공지능 '빅뱅' 원년

송고시간2016-12-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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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덕 대중 관심↑…금융투자·스마트폰 등 상용화 잇달아

"일자리 축소·양극화 부채질 우려"…AI 책임 규정도 고민거리

머신러닝 인공지능
머신러닝 인공지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민수 기자 = 2016년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폭발한 해였다.

바둑을 두는 구글의 AI 알파고가 3월 서울에서 열린 '세기의 대전'에서 세계 바둑계의 제1인자인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AI는 일상용어가 됐고, 스마트폰·자동차·인터넷·의학·금융 등에서 상용화 사례가 쏟아지면서 막연한 신기술이 아니라 보편적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빠르게 지식을 쌓아 상담·분석·번역 등 고급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AI를 두고 '사람의 일자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기계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등 사회·경제적 논의도 봇물이 터졌다.

◇ 알파고 쇼크

추상적 기술로 여겨졌던 AI가 '슈퍼스타'로 부상한 계기는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 올해 3월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 때였다.

바둑은 극도로 복잡하고 직관이 중요한 게임이어서 애초 기계가 도저히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꽤 많았다.

그러나 알파고는 실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사람보다 더 절묘한 수'를 거듭하며 4대1 압승을 거둬 대중을 놀라게 했다.

1990년대까지는 그림 인식조차 제대로 못 했던 AI가 급속한 기술 발전 덕에 인류의 자존심이 걸린 바둑이라는 두뇌게임까지 마스터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알파고 대국 당시 국내 신문·방송은 연일 AI의 현황·전망 기사와 관련 전문가 대담으로 채워졌다. AI가 신문 과학면 구석의 비주류 소재로 언급되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였다.

전문가들은 알파고 이변의 배경으로 자율학습 기술의 발전을 꼽는다. 사람이 입력한 지시 사항에 따라 단순 정보 처리만 하던 AI가 2000년대 후반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면서 급속 진화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알파고 등 딥러닝 기반 AI는 자율적으로 자료를 분석해 패턴을 알아내고 체계적인 지식을 쌓는다.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많이 배울 수 있고 자연스러운 직관과 창의력도 구현할 수 있다.

◇ 산업의 성장 엔진

AI는 국내외 여러 산업에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계가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해 투자 결정·통역 등의 차별화된 자동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빅3'인 삼성전자·애플·구글은 AI 비서 분야를 선점해 프리미엄폰(고가폰) 브랜드의 위상을 차지하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삼성은 내년 출시하는 간판 모델인 '갤럭시 S8'에 첨단 AI 비서를 넣기로 하고 올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AI 개발사인 '비브'를 깜짝 인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자산투자·관리를 해주는 AI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쿼터백투자자문·디셈버앤컴퍼니 등 국내 전문 업체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로봇 펀드'들을 내놓았다.

자동차 업계는 AI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AI가 도로 교통 상황과 지형지물 정보를 분석해 안전 운행을 돕고, 사용자가 필요할 때는 스스로 운전을 해주는 차량이다. 현대차·메르세데스-벤츠·GM·테슬라 등 쟁쟁한 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AI를 이용한 자동 통번역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맥락까지 살려줘 가독성이 뛰어나고 자율학습으로 실력이 꾸준히 좋아지는 AI 통번역의 장점 때문에 IT 업체들의 R&D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적인 AI 번역 서비스로는 네이버의 '파파고'와 구글의 '구글 번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지니톡' 등이 있다. 올해 9월 신경망 기계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NMT)이란 AI 신기술을 도입한 구글 번역은 한국어 시(詩)까지 매끄럽게 영어로 옮기는 실력을 과시했다. 조만간 외국어 학습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AI 의료도 현실이 됐다. 가천대길병원은 올해 12월 5일 한국 최초로 미국 IBM사의 암 진단 AI '왓슨'(Watson for Oncology)을 써서 암 환자를 진료했다. 환자의 나이·몸무게·종전 치료법·조직검사 결과 등을 입력하면 왓슨이 가장 적합한 암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이 골자다.

세계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천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익힌 왓슨이 진단에 참여하면서 암 치료의 정확도가 대폭 올라간다는 것이 길병원의 설명이다.

◇ 4차 산업혁명 상징 vs 인류의 고민거리

AI는 인류의 새로운 번영을 약속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지만, 해당 기술의 의의와 여파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자리 죽이기가 대표 사례다. 분석과 소통 등 복잡한 정신노동까지 AI가 대신하면서 종전의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예컨대 금융 분야에서 애널리스트의 수요가 급감하고 통역사도 예술·정치 등 극소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일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많은 IT·경제 전문가들은 AI 덕에 사회 전체의 부는 늘어나겠으나 대규모 실업으로 중산층이 붕괴하고 양극화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AI 통제 문제도 골칫거리다. 현재 AI는 문서 분석·주가 예측 등 특정 고급 작업은 잘해도 사람과 달리 자의식과 욕망은 없는 '약(弱) AI'다. 자발적 의지를 갖춘 강(强) AI는 지금 기술로는 개발이 어렵다.

그러나 이런 순종적 AI가 일상에 쏟아지면서 인간이 무기력한 '기계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교육을 바꿔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민 역량을 키우고, AI와 배후의 소수 기업이 경제·사회·정치를 몰래 쥐락펴락하는 문제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이제 자동차 업계와 의료계가 심각하게 논의 중인 주제다. 운전과 진단 등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AI가 할 때 법적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뚜렷한 합의점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계에서는 AI가 왓슨처럼 의료진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해도 외과수술 등의 직접 치료 행위에 참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의료행위의 최종 책임을 사람이 지는 현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tae@yna.co.kr,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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