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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 사건 그 후'…누나는 엄마 품에, 제도정비 박차

송고시간2016-1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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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부모 학대 예방교육·처벌 강화·교육당국 조기발견 시스템화

'살인죄' 인정 계모 20년·친부 15년형…즉각 항소에 '반성 의구심'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계모와 친부의 끔찍한 학대 끝에 숨진 신원영군 사건이 있은 지 9개월이 지났다.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

온 국민을 공분케 한 이 사건의 가해자인 계모와 친부는 각각 징역 20년,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구형량의 절반 정도인 형량을 선고받고도 즉시 항소한 탓에 반성없는 피고인들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그 후로 9개월. 현재 이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원영이 누나는 통학 문제 때문에 친할머니와 생활하고 있지만, 조만간 친권과 양육권을 넘겨받은 친모와 함께 살게 된다.

원영이 친부와 계모
원영이 친부와 계모

정부는 원영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재혼가정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을 점검하며, 교육·행정·형사사법 등 여러 방면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 '락스 학대' 원영이 사건 = 올 3월 4일 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로부터 입학 예정자인 신원영(7)군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원영이의 아버지는 1월 7일 신입생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1주일 뒤 취학유예신청을 냈지만,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는 학교측 요구에 두 달째 응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은 원영이 누나(10)에게서 수시로 계모에게 학대당했다는 진술을 받아 수사하던 중 3월 8일 원영이의 친부 신모(38)씨와 계모 김모(38)씨가 호텔에 투숙해 자살을 기도하는 현장을 급습, 이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아이를 길에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를 암매장한 사실을 같은 달 12일 경찰에 털어놨다.

검경 수사결과 드러난 학대내용을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3개월여간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 학대하던 계모 김씨는 1월 29일 오후 원영이 몸에 락스 2리터를 부었다.

원영이가 며칠간 식사를 못 하고 굶자 김씨는 다음날 강제로 사과 한 쪽을 먹였고, 이로 인해 다음날인 31일 오후 원영이는 바지에 설사했다.

화가 난 김씨는 31일 오후 1시께 원영이의 옷을 벗겨 찬물을 퍼부은 뒤 오후 6시께 남편 신씨가 퇴근하고 집에 오자 오후 7시께 또다시 원영이 몸에 찬물을 뿌렸다. 이후 원영이는 방치돼 있다가숨졌다.

신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원영이가 숨질 당시 신씨는 족발과 소주를 사서 김씨와 나눠 먹고 있었고, 당일 오후 11시 30분께에도 동네 슈퍼에 가서 술을 사 온 사실이 드러났다.

오후 10시 30분에는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내역도 확인됐다.

아이가 죽음을 목전에 놓고 신음하고 있을 당시 친부는 술을 마셨고, 계모는 술과 함께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인 2월 1일 오전 원영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둘은 시신을 유기할 계획을 세우고 비닐팩과 아동용 이불 등을 구입했고, 청북면 야산을 한차례 찾아갔다가 땅이 너무 얼어 팔 수 없자 되돌아왔다.

이에 따라 원영이 사망 시점은 당초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2월 1∼2일이 아니라 1월 31일∼2월 1일인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원영이가 사망한 지 이틀 지난 2월 3일 신씨는 한 비뇨기과에 전화를 걸어 "과거 정관수술을 했는데 복원할 수 있느냐"며 문의한 뒤 3월에 수술을 예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씨는 검찰에서 "아내(김씨)의 몸을 빌려 원영이가 다시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 새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원영이로 지으려 했다"는 뻔뻔한 변명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 '살인죄 인정' 중형 선고 = 검경은 끔찍한 학대로 원영이를 숨지게 한 계모와 친부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경은 원영이가 숨질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고도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숨지기 직전에는 학대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방치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자료를 종합해 볼 때 두 부부는 아이가 사망하길 바란 것으로 보일 정도로 잔인하고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계모에게 징역 20년, 친부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원영이 계모와 친부
원영이 계모와 친부

재판부는 김씨와 신씨가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원영이에게 학대 행위를 중단하고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겨울에 난방이 안 되는 화장실에 가둬놓고 생활하게 했고, 식사는 한 두 끼만 주고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결국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초래,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이상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그들 역시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의 이혼 및 아버지의 죽음 등을 겪으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그 상처가 피해자를 키우는 데에 상당한 고통과 어려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신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절반 정도의 형량이 선고됐다.

그런데도 계모 김씨는 바로 다음 날 항소했다.

신씨도 며칠 뒤 항소했고, 검찰도 항소해 현재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이다.

◇ 원영이 사건, 지금은 = 원영이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원영이 누나는 현재 통학문제 때문에 친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10월말 친권·양육권을 넘겨받은 친모(39)도 이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엄마품에 안긴 원영이
엄마품에 안긴 원영이

원영이 누나는 지난해 4월부터 평택 시내에 있는 친할머니집에 맡겨져 생활해왔고, 올 3월 사건 직후엔 임시 아동보호시설에 있다가 올 5월부터 친할머니집에 머물렀다.

법원은 8월 원영이 사건 1심 재판 직후엔 원영이 누나에 대한 친부의 친권을 박탈하고 후견 임무 대행자로 할머니를 지정했다.

이후 진행된 친권·양육권 변경 신청사건을 심리, 10월 친부의 친권과 양육권을 친모로 변경하고, 친부의 면접교섭권은 전면 배제하도록 결정했다.

친모는 최근 원영이 누나와 단둘이 살 집을 평택시내에 마련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친모는 "친권·양육권 변경 결정 이후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다는 마음에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간 아이가 정말 많이 밝아졌고, 속마음도 스스럼없이 털어놓게 돼다행"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아이는 아직 '원영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도 거부한다"며 "자기 혼자 그 집에서 나온 죄책감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고 건강히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원영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 = 원영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각에 따라 학대 아동을 예방하고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여러 방면에서 정비되고 있다.

먼저 형사사법 시스템에 있어 검찰은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등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부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했다.

아동학대 범죄에 살인죄가 적용 가능한 경우 법정 최고형인 징역 30년, 무기징역 또는 사형 구형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또 아동이 과실로 사망한 경우 예외 없이 피의자를 구속하고, 법원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법원의 선고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에 구속되지 않지만 전반적인 구형량 수준이 올라갈 경우 실제 처벌 수준 역시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대검은 이와 함께 보육교사, 교직원,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동학대를 할 경우 가중 처벌키로 했다.

친권자와 기타 보호의무자가 보호관계를 악용해 학대해도 더 세게 처벌한다.

법원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신뢰받는 재판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

지난 8월 전국 각급 법원 형사재판 담당 판사들은 전북 남원에서 '소통과 치유, 신뢰받는 형사재판'을 주제로 형사법관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법관들은 잇따른 아동학대범죄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법관들은 "아동학대범죄가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범행에 취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대부분 범행이 보호책임이 있는 부모나 가족 등에 의해 이뤄지는 점,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치유하기 힘든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남긴다는 점에서 신체적 법익을 침해하는 다른 범죄와 차별화된 양형 요소를 가지고 있다"라며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피해의 잠재성과 지속성에 대해 충실한 양형 심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법원은 원영이 사례와 같이 재혼가정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혼하려는 부모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올 5월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서울가정법원 관할에서만 시범 운영 중인 제도로, 효과를 검토한 뒤 전국 법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은 학교장이 행자부 주민전산망 정보 열람권한을 갖게 되면서, 학생에 대한 주소, 연락처, 출입국 기록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부가 학대 아동을 조기 발견해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에 권한을 준 조치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은 보통 1년간 맡는 담임제도를, 같은 학급을 2∼3년간 맡는 '담임연임제'를 검토하고 있다.

담임교사가 오랫동안 같은 반을 맡아 세심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는 의미다.

한편,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2011년 한해 100여 건 남짓 검찰에 접수되던 아동학대 범죄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2014년 1천19건, 이듬해인 2015년 2천691건으로 급증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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