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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라고 설렘이 없겠는가…문순태 새 소설집

송고시간2016-12-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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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오지 눈사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원로 작가 문순태(77)가 열두 번째 소설집 '생오지 눈사람'(도서출판 오래)을 냈다. 70대에 접어들어 쓴 단편 10편을 엮었다. 주로 작가와 비슷한 또래의 인물을 내세워 노인의 삶과 소통, 고령화 사회의 소외 문제 등을 주제로 삼은 노년소설들이다.

노년을 살아보지 않은 이라면, 고독을 견디며 홀로 조용히 죽음에 다가가거나, 반대로 고집을 지혜로 포장한 채 외부와 불화하는 인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주변의 경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허문다. 표제작 '생오지 눈사람'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삶을 향한 의욕을 북돋우는 존재다.

노년이라고 설렘이 없겠는가…문순태 새 소설집 - 1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가출 소년·소녀가 버스도 없고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무등산 자락 시골마을을 찾는다. "우리는 흙수저도 아닌 똥수저야"라고 자조하는 이들은 아이를 가진 탓에 죽음을 일단 유보한 상태다. 그러나 시골에 터를 잡은 이들은 노인들과 정을 주고받으며 새 삶을 일군다. 동네가 잠든 사이 노부부가 나란히 누워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이 마을은 젊은이들과 어울리면서 활기가 돈다.

70대에 접어든 작가가 말하는 세대 간 소통은 노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은행잎 지다'에는 훤칠하지만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화가 지망생 청년, 그를 '고라니'라고 부르며 돌보는 40대 후반 요양보호사가 교감한다. 고라니는 헌신적인 돌봄에 암 선고 백일째 되는 날 친구들을 불러 백일잔치를 할 만큼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노년은 당연히 쓸쓸하고 외롭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두와 지우개'는 초등학생 시절 동창생을 재회하는 노년의 설렘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부인과 사별하고 고향 마을에 돌아가 외롭게 사는 화자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 '자두' 역시 같은 마을에 정착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자두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화자의 순정은 애틋하고 어린애처럼 순수해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전화해서 미안헌데…정말 내 소원 한번 들어줘. 같이 밥 먹으면서 옛날이야기나 좀 허드라고. 내일 저녁 어뗘?"

작가는 근대화 시기 민초들의 수난사를 다룬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을 비롯해 사회성·역사성 짙은 작품을 즐겨 쓰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노인 문제에서 주요 소재를 찾고 있다.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노년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10년 전부터는 고향인 전남 담양의 '생오지마을'로 돌아가 사는 탓이다. '생오지 뜸부기'(2009) 등 작가가 고향 마을을 주요 무대로 노년에 쓴 작품들을 '생오지 계열 소설'로 일컫기도 한다.

작가는 책 앞머리에 자신의 소설이 '역사의 칼'에서 '구도의 길찾기'로 변했고 '성찰의 거울'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노인들 생애에는 약자의 슬픔과 오랜 세월 충분히 발효된 지혜와 불행을 행복으로 환치시키는 비법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그들의 지혜를 인생의 길라잡이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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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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