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첫 압수수색은 국민연금…朴대통령·삼성 '뇌물죄' 겨냥(종합)
송고시간2016-12-21 18:54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캐스팅보트 역할…의혹 규명에 총력전
정유라 체포영장으로 최순실 압박…혐의 입증 '열쇠' 최씨 입 열까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이보배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정조준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택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배경을 파헤쳐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린 제삼자 뇌물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씨 일가 측을 지원한 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포석 작업은 아니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 측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의 지분으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은 합병을 승인해 줬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일부 절차를 생략하거나 이 부회장 측이 원하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연금 측은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의결 절차 없이 작년 7월 10일 홍완선 당시 본부장이 주도하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 승인을 끌어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합병 찬성 결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 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달 6일 국정조사에서 당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본부장은 국정조사에서 "일체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김진수 비서관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라 만일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되고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공단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동시 압수수색을 했으나 뇌물죄 수사로는 나가지 못했다.
21일 본격 수사에 착수한 특검은 박 대통령과 삼성 측을 겨냥한 뇌물 의혹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향후 수사가 어디로 얼마나 뻗을지 주목된다.
특검이 최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정 씨 수사에 착수한 것도 최 씨 모녀, 박 대통령, 삼성이 연루된 제삼자 뇌물 혐의를 규명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 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 이는 최 씨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뇌물 혐의 규명의 열쇠를 쥔 최 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결정적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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