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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 장사 접을 판"…계란·식용유값 폭등에 전집 직격탄

송고시간2017-01-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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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청주 육거리시장 '전집 골목' 상인들 수심만 가득

"주재료 안 쓸 수도 없고…단골 끊길까봐 손해보며 영업"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전(煎)에 들어가는 주재료인 계란에 이어 식용유 가격마저 폭등해 남는 게 없어요. 설 대목은커녕 적자를 볼 지경이어서 단골손님만 아니면 문을 닫는 게 낫지 싶습니다."

중부권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 내 일명 '전집 골목'에서 1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한 A(61·여)씨는 경기를 묻는 말에 이내 고개를 숙였다.

예년 같으면 '설 대목'을 앞두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겠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식재료 값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전집의 모습. [연합뉴스DB]
전집의 모습. [연합뉴스DB]

전국을 강타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는 게 A씨의 푸념이다.

AI 발생에 따른 산란계의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계란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하자, 계란을 주재료 하는 전집은 직격탄을 맞았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 달 전만 해도 한 판(30개)에 4천∼5천원하던 계란이 요즘은 1만원을 호가한다.

하루 5판 이상의 계란을 쓰는 A씨는 계란 구매비만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고추나 감자 등 전에 들어가는 다른 채소들도 전반적으로 값이 올랐다. 재룟값이 올랐으니 판매가를 올릴 법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보고 찾는 단골손님마저 끊길까 봐 그러지도 못한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청주 육거리시장 먹자골목의 모습. [연합뉴스DB]
청주 육거리시장 먹자골목의 모습. [연합뉴스DB]

A씨는 "주재료인 계란을 안 쓸 수도 없고, 손님이 적은 날에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재료값 폭등에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을 고정 지출을 합치면 수익이 날래야 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 가게 주변의 다른 전집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겁게 가라앉은 '전집 골목' 분위기에 상인들의 표정에선 한결같이 웃음기가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전을 부치는 데 꼭 필요한 식용유 값도 들썩이며 이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해 남미를 휩쓴 홍수 피해로 아르헨티나 등 콩 주요 산국의 생산량이 줄어 식용유 한 통(18ℓ) 값이 2만4천에서 2천∼3천원가량 급등했다.

식용유 같은 경우 일반 식재료와 달리 유통기한이 길어 한 번에 다량 사놓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지만, 명절 밑 사용량이 늘면 추가 구매가 불가피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청주 육거리시장 먹자골목 내 전집. [연합뉴스DB]
청주 육거리시장 먹자골목 내 전집. [연합뉴스DB]

'먹자골목'의 또 다른 전집 업주 B(65·여)씨는 "식용유 값이 오르기 전에 10통 정도를 미리 구매해 지금은 여유가 있지만, 명절이 가까워져 오면 하루 1통씩 소비량이 늘어 창고에 있는 식용유가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예년 같으면 지금의 식용유 값 인상 정도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계란 등 식재료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는 식용유 값 때문에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웃 전집의 주인 C(66·여)씨 역시 "오랫동안 육거리시장 안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대목을 앞두고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으니, 점포 유지비만이라도 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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