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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괘씸, 소녀상 내가 지킨다" 김상금씨의 결심

송고시간2017-01-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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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5시간 일본영사관 소녀상 지킴이 활동…단체 아닌 개인은 처음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9일 정오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한 60대 남성이 소녀상 옆을 지키고 서 있었다.

다른 시민이 소녀상과 사진을 찍거나 잠시 구경하고 돌아가는 데 비해 이 남성은 소녀상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듯했다.

소녀상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시민이 소녀상에 놓고 간 각종 물품을 정리했다.

소녀상 지킴이 자처한 김상금(68)씨. [김선호 기자]
소녀상 지킴이 자처한 김상금(68)씨. [김선호 기자]

올해 예순여덟인 김상금(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10억엔을 냈으니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듣고 너무 괘씸해서 소녀상을 지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본 여성이 위안부 피해를 봤다면 일본 정부는 그렇게 말할 셈인가"라며 "같은 전범 국가이면서도 피해국에 사죄하고 잘못된 전쟁범죄를 뉘우치는 독일과 일본은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 소녀상 주변에 시민단체가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훼손한 일이 벌어지자 김씨는 소녀상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소녀상을 호위했다.

학원 운전기사인 김씨는 이후에도 매일 일손이 비는 시간에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건립한 추진위원회가 평일 오후 4∼6시, 주말에는 오후 2∼5시까지 소녀상 방문자를 위한 해설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시민이 정기적인 시간에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국민 합의나 의견 수렴 없이 한일 정부 관계자 몇몇이 결정한 위안부 합의를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수십 년간 한 맺힌 세월을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일본 정부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조 부산겨레하나 정책국장은 "소녀상을 지키려는 국민의 심정은 일본이 전쟁범죄인 위안부 동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것이며 정부와 지자체가 제 역할을 못 해 소녀상이 철거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의 표현"이라며 "정부는 위안부 재협상을, 지자체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녀상을 두고 한일 정부 간 외교갈등이 본격화하자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느는 등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은 부산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부산 소녀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시민이 낸 성금 8천500만원으로 건립됐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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