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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세월 뛰어넘어 '촛불혁명'과 만난 박종철 열사(종합)

송고시간2017-01-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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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남양주서 추모행사……"죽음 헛되지 않게 촛불혁명 완수해야"

(서울·부산·남양주=연합뉴스) 임기창 차근호 우영식 기자 =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동료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자 목숨까지 던진 '박종철 정신'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살아있는 우리가 이제는 21세기 촛불혁명 완성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그의 죽음을 쇼크사로 조작하려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가 10시간에 걸친 고문 끝에 숨졌다는 사실이 이후 언론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군사정권 탄압에 숨죽이며 살던 시민들을 격분시켰고, 그해 6월 민주항쟁을 촉발한 불씨가 됐다.

박종철 열사 30주기 진혼굿
박종철 열사 30주기 진혼굿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은 살아 있다!'란 주제로 열린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에서 서울대 이애주 교수가 진혼굿을 하고 있다. 2017.1.14 srbaek@yna.co.kr

박종철 열사 30주기인 14일 경기 남양주와 서울, 부산에서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추모행사는 제12차 주말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진보진영 시민사회는 촛불집회가 만들어 낸 '탄핵 정국' 한가운데서 그가 잠들어 있는 남양주 모란공원 묘역, 그의 고향인 부산, 그의 목숨을 앗아간 남영동 대공분실, 촛불이 타오르는 광화문에서 각각 고인의 넋과 뜻을 기렸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6월민주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라는 제목으로 박 열사 30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대회에는 박 열사 친형 박종부 씨를 비롯해 6월 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종부 씨는 "이제 나는 곧 종철이를 만날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하러 갈 것"이라며 "그걸 부둥켜안고 이야기하겠다.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 말자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 박종철·이한열 열사처럼 많은 분이 희생했기에 87년 6월 항쟁이 가능했다"며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까지 함께해야 두 열사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 참배 시민행렬
박종철 열사 참배 시민행렬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박종철은 살아 있다!'란 주제로 열린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마친 뒤 시민들이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고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추모의 공간을 방문, 참배하고 있다. 2017.1.14 srbaek@yna.co.kr

대회에 앞서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서울대 민주동문회, 서울대 총학생회는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은 살아있다! -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박 열사 후배인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별이, 구의역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다른 성별로 태어난 이유로 지하철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다시는 없는, 또 다른 박종철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후배들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광화문 광장에는 30주기를 맞아 추모전시회도 열려 박 열사의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물고문 현장,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종철아…" 아버지의 눈물
"종철아…" 아버지의 눈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에서 박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1.14
ready@yna.co.kr

서울 대회와 비슷한 시각 부산 부산진구 소민아트홀에서도 박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 유가족과 일반시민 100여 명이 모여 그의 30주기를 추모했다.

기념사업회와 함께 행사를 주최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문정수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박 열사가 촉발한 민주주의가 아직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있다"며 "박 열사의 뜻을 받들어 법치가 이뤄지고, 함께 잘사는 사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지금 촛불을 든 광장이 박종철 열사가 부활한 곳이라고 믿는다"면서 "2017년에는 새로운 정권, 새로운 대한민국이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 앞자리에서 행사를 지켜본 박 열사의 부친 정기 씨는 주먹을 꽉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수건으로 닦으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부산 서면에서는 오후 5시부터 시국집회 사전행사로 박 열사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됐고 누나 은숙 씨가 시민을 만나는 행사가 마련됐다.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

(남양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14일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에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오른쪽)가 추모사하고 있다. 2017.1.14
andphotodo@yna.co.kr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 열사 유족, 기념사업회 관계자, 서울대 동문과 재학생 등이 박 열사가 잠든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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