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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헌재 증거채택, 형사소송 원칙ㆍ신속성 조화 이뤄

송고시간2017-01-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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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형사재판을 준용해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17일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피의자 신문조서 전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핵심 증거인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은 일부를 증거로 판단했다. 주심인 강일원 헌재 재판관은 수첩의 경우 본인이 확인한 부분을 증거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신문조서 일부를 증거로 채택하고 나머지 부분은 당사자 증인 신문 후에 다시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한 최순실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로 삼지 않았다. 헌재가 형사재판의 원칙은 살리면서도 신속한 진행을 추구하려는 목표에 맞춰 내린 결정으로 판단된다.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무엇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가는 재판의 속도를 결정짓는 관건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만약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소송원칙이 적용된다면, 검찰이 제출한 각종 진술조서와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그만큼 재판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전문(傳聞)증거 배제의 법칙'으로, 이 법칙을 탄핵심판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각종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탄핵심판처럼 복잡한 사건의 경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를지 알 수 없다. 앞서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 5일 2차 변론에서 '무죄추정 원칙'을 대전제로 하되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은 아니므로 "형사재판의 증거조사 방식과 증거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정리한 바 있다.

결과로 나온 증거채택 내용을 보면 큰 틀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순실과 안종범의 검찰 진술조서와 안종범의 수첩 사본에 대한 증거채택을 반대했다. 형사소송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반면에 국회 측은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모든 절차를 형사재판의 방식과 증거법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헌재는 진술과정이 녹화됐다든지, 변호인이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부분은 증거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렇게 차은택, 안봉근, 이재만의 진술조서와 삼성, SK, CJ 등 그룹 총수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됐다. 국회 측 소추위원단은 "다소 불만족스런 부분도 있지만, 채택된 조서 등에 탄핵사유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다 들어가 있어서 입증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측도 일단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기 때문에 신속성 또한 핵심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순된 요구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일이 재판부의 의무이다. 일단 재판부가 증거채택의 원칙을 보였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도 원칙에 맞게 재판을 이끌어 주리라고 기대한다. 양측 대리인단도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 다행히 이날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불필요한 증인채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도 고의적인 지연으로 비칠 소지가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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