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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누가 자꾸 사드를 흔드나

송고시간2017-01-1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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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르면 올 상반기 내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려던 한미 양국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 같다는 말이 들린다. 롯데그룹이 롯데스카이힐골프장(경북 성주골프장)의 맞교환 계획에 대한 내부 승인 절차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지 교환 계약을 이달 안에 체결할 예정이었는데 약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롯데그룹이 부지 감정평가액을 승인하는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롯데는 작년 11월 16일 경기도 남양주 소재 군용지와 성주골프장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양쪽 땅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해 지난주 완료했다. 롯데그룹이 해당 계열사의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롯데 성주골프장은 다행히 사드 포대 배치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기지 공사를 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롯데 측에서 땅을 넘겨받으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 터를 제공하고, 설계·환경영향평가·기지건설 등을 거쳐 사드를 배치하게 된다. 이르면 올 여름 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국방부는 기대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사드 배치 시점을 '7월 내지 8월쯤'으로 잡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예상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막판에 뜻밖의 변수가 생겨 전체 일정이 흔들리게 됐으니 국방부로서는 당혹스러울 만도 하다.

롯데의 공식입장은 '검토할 사안이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당장 결정하기가 곤혹스럽다는 말이 롯데 내부에서 여러 경로로 흘러나온다. 관련 업계에는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워 롯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작년 11월 국방부와 롯데의 부지 맞교환 합의가 알려진 직후 중국 현지의 롯데 사업장들은 불시에 세무조사,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지만 사드 배치에 협조한 롯데에 뭇매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롯데의 난감한 처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롯데면세점 매출의 70%가 중국인 관광객들한테서 나온다고 하니 중국 당국에 시쳇말로 찍히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두 달 넘게 감정평가 등을 국방부와 함께 별말 없이 진행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중국 '공황(恐慌)'이라도 생긴 것일까. 중국이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한 시점은 작년 10월 이전이다. 부지 교환 합의가 이뤄진 11월 중순에는 이미 한류스타의 중국공연 취소, 광고출연 중단, 한국행 중국 관광객 축소 등으로 국내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중국 언론이 "앞으로 우리 TV에서 한국 사람 얼굴은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노골적으로 비아냥대기 시작한 것도 그맘때부터다. 그런데 중국내 사업을 그렇게 크게 벌려놨다는 롯데만 그런 분위기를 깜깜하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단순히 보복이 무서워서라고만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쨌든 일이 이 지경까지 볼썽사납게 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오만하고 무례한 '반 사드 공세' 때문이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유사시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군, 그리고 군사동맹인 미군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봐도 말이 잘 안 된다. 중국이 사드 문제에 참견을 하려면 먼저 북한을 타일러 핵 개발과 도발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런데 대형 폭격기를 동원해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도 모자라 민간기업에 이런 식의 분풀이를 하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설사 타당한 불만이 있더라도 우리 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동양적 전통과 예의를 중시한다는 그들 스스로의 자랑에 부합하고, 'G2'의 한 축으로 통하는 국격에도 얼추 맞는다.

차제에 우리도 사드 문제를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사드 문제를 놓고 아직도 '취소'니 '철회'니 하며 표(票) 모으기에 혈안이 돼 있는 대선 주자들은 이번 롯데 문제를 한번 이성적으로 따져봤으면 좋겠다. '막판에 흔들리는 롯데'야말로 전형적인 '적전분열'의 소치가 아니겠는가. 롯데도 신중히 처신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바란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국면, 특검 수사 등을 곁눈질하다가는 정말 회복하기 어려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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