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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장'서 '법꾸라지'로 전락…구속여부 문턱에 선 김기춘

송고시간2017-01-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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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설계자 의혹…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오늘밤 구속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0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왕실장'으로 권세를 떨치던 인물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신임 비서실장은 1939년생으로 경남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만 20세인 대학 3학년 때 고등고시 사법과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대검 특수1과장,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옛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파견 근무 및 청와대 법무비서관 경력도 있다. 노태우 정권 시절 이례적으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모두 지냈다.

15∼17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치권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의 특보단장,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법사위원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8월 나이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는다. 당시 나이가 74세였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냈고, 이런 이력과 충성심 덕분에 박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다는 후문이다.

과거 서울지검 평검사 시절에 법무부로 차출돼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을 조사·신문한 경력이 있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8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특검 사무실 향하는 김기춘
특검 사무실 향하는 김기춘

특검 사무실 향하는 김기춘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pdj6635@yna.co.kr

김 전 실장의 재등장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의 이름을 두고 음모론이나 공작정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이미지는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초원복집 사건'의 영향이 컸다. 당시 법무장관이던 그가 부산지역 관계 기관장들을 식당에 불러 모아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부정선거를 모의한 사건이다.

1970년대 초 법무부 검사로 재직하며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드는 실무작업을 한 사실도 거론됐다.

그는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일관되게 '모르쇠' 입장을 견지하자 야당 의원들로부터 '법꾸라지(법률 + 미꾸라지)' 행태를 보인다는 지탄을 받았다.

김종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순실씨를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그는 최씨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발뺌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영수 특별검사는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실장 수사를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 특검도 예전 김 전 실장 밑에서 일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만든 '블랙리스트'의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18일 김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에는 청문회 위증도 포함됐다.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구속 여부는 20일 자정을 넘겨 결정될 전망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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