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전염병보다 무서운 가짜뉴스…한국서도 독 되나

송고시간2017-01-21 14: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온라인 중심 뉴스 소비·SNS 활발로 가짜뉴스에 취약

법·제도 미비로 처벌규정 미흡…전문가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오수진 기자 = 미국 대선이 끝난 지난해 12월 4일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는 20대 청년이 "'피자게이트'를 조사한다"며 공격용 소총으로 여러 발의 실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가 말한 '피자게이트'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으며, 이 피자가게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내용으로,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가짜뉴스'(페이크뉴스)였다.

미국 워싱턴DC 북서부의 피자가게에서 2016년 12월 4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여든 경찰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DC 북서부의 피자가게에서 2016년 12월 4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여든 경찰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사건은 다행히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인터넷 등을 타고 급속히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된 적이 없다. 그러나 뉴스소비가 온라인, 모바일중심으로 이뤄지고 각종 SNS가 일상화해 있어 가짜뉴스로 인해 여론이 왜곡되고 자칫 사회 불안 상황이 초래될 여건은 충분한 상황이다.

더욱이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계층간, 이념간 진영논리가 치열해져 가짜뉴스가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그러나 현행 제도와 법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확산과 폐해를 막기 위해 뉴스미디어의 공적책무를 강화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발 없는 말, SNS 타고 천리 간다"

가짜뉴스가 활개를 친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피자게이트'를 비롯해 각종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힐러리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와 같은 가짜뉴스가 넘치면서 트럼프의 당선이 이런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 폴리티컬 인사이더'라는 사이트가 만든 가짜 대선 뉴스[더 폴리티컬 인사이더 홈페이지 캡처]

'더 폴리티컬 인사이더'라는 사이트가 만든 가짜 대선 뉴스[더 폴리티컬 인사이더 홈페이지 캡처]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2월 29일 트위터에 여왕 서거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유포돼 트위터 이용자들이 앞다퉈 애도를 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고, 파키스탄에서는 국방장관이 작년 12월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한 가짜기사를 실제로 착각해 이스라엘에 핵 위협에 가까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등장했다.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한 무렵 "공기 전파로 메르스에 걸릴 수 있다", "바이러스가 변이됐을 수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뉴스와 찌라시가 광범위하게 퍼져 담당부처가 일일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북한군이 대남 포격 도발을 감행한 그해 8월에는 "대한민국 국방부, 전쟁 임박 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 등의 가짜뉴스가 SNS 등을 타고 번지면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 한국 가짜뉴스 취약ㆍ제도 미비…전문가 "규제해야"

헛소문에 불과한 이런 가짜뉴스는 걸러지지 않고 SNS나 메신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한다.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선일 전 3개월간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흥행 상위 20개의 공유·반응·댓글 건수는 총 871만건으로, 미국 주요 언론사 19곳의 많이 읽힌 기사 20개의 공유·반응·댓글 건수 737만건보다 많았다.

미국 중학생의 약 82%가 '광고 콘텐츠'와 실제 뉴스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가짜뉴스에 취약하다는 스탠퍼드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뉴스를 주로 온라인으로 접하고, 모바일 이용자의 90% 이상이 SNS 활동을 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가짜뉴스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세계 30개국 뉴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으로 뉴스를 주로 본다는 응답자가 우리나라는 55%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또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안클릭 조사 결과, 작년 10월 현재 모바일 이용자의 91.7%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윤명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월간 '신문과방송' 1월호에서 "디지털뉴스 생태계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고 범위가 넓어졌다"며 "디지털뉴스 중개자에게 뉴스미디어로서의 책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 "가짜뉴스에 맞서 우리 할 일 다하겠다"
저커버그 "가짜뉴스에 맞서 우리 할 일 다하겠다"

(리마 EPA=연합뉴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페이스북은 점증하는 증오 연설과 폭력, 허위 뉴스에 맞서 싸워나가기 위해 우리의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독일이나 인도네시아 등 외국처럼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사기관이 인터넷 등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정도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가짜뉴스를 규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며 "온라인상의 허위 사실 통신 유포를 처벌하던 옛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속칭 '미네르바 사건'을 계기로 2010년 위헌결정을 받고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명백히 규제해야 한다"며 다만 "정부나 특정 후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제재할 수도 있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aupfe@yna.co.kr

sujin5@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