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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블랙리스트', 진솔한 반성과 진상규명 이뤄져야

송고시간2017-01-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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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조윤선 전 장관이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특검에 구속됨에 따라 직무대행을 맡은 송수근 제1 차관이 발표를 맡는다고 한다. 조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ㆍ관리한 혐의로 지난 21일 동시에 구속된 만큼, 정부로서는 적절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사과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사과문을 내놓기로 한 이상 진솔한 반성과 함께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여 어설픈 반성문을 내놓는다면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의 '총설계자'이고 조윤선 전 장관이 '실행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혐의가 확인된다면 이는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구속된 것을 포함하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속된 고위 공직자는 5명으로 늘었다. 특검은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를 구속영장에 적시한 상태라고 한다. 물론 박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인사회 형식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특검팀 조사 등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대응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모아 문체부에 내려보낸 것이 블랙리스트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많아야 수백 명 수준이었던 리스트는 이후 확장을 거듭하면서 1만 명 선에 육박하게 됐다. 최종 명단에는 시인 고은, 소설가 한강, 영화감독 박찬욱, 영화배우 송강호 등이 들어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범법행위이고 시대착오적인 권력남용이다. 이런 형태의 왜곡된 권력 행사는 우리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허용될 수 없으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애초에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을 때 관련 당사자들은 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가 위법한 행위임을 인지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된 상태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국회 위증 혐의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최초에 누가 만들도록 지시했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 대목은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진상규명과 이에 상응하는 처벌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또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관계가 밝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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