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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녀상 방문한 日교수 "일본은 사과하지 않는다"

송고시간2017-01-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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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국제정치 연구한 '지한파'…"위안부 합의,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협상"

일본영사관 소녀상 방문한 사가대학 교수
일본영사관 소녀상 방문한 사가대학 교수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19일 오후 요시노부 모리(왼쪽) 일본 규슈 사가대학 교수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해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2017.1.23
wink@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일본의 식민지배 당시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라졌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에 한국 사람은 일본 사람으로서 공헌했다.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일본 국민 대부분의 생각이다."

지난 19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한 요시노부 모리(森善宣·59) 일본 규슈 사가 대학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왜 사과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한반도 국제정치를 연구해 온 '지한파'로 불리는 모리 교수는 최근 대통령 탄핵 사태에 관련해 학계 의견을 듣고자 한국을 찾은 길에 소녀상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모리 교수는 "최근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어져 일본 국민도 위안부 여성이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고통스러운 경험을 당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도쿄 재판을 통해 전범이 처형당하고 미국의 각종 개혁 조치로 이미 전쟁에 대한 고통과 벌을 받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새삼스레 한국에 대해 사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이 10명 중 8∼9명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최근 소녀상을 다시 세우는 등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이 많다"고 덧붙였다.

모리 교수는 일본 정부도 비슷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 정부는 위안부나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할 마음이 없다"며 "일제 강점으로 한국을 발전시켜 줬고 한국인은 노예였다는 사고 방식을 보이는데 이는 다른 정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녀상 방문한 일본 사가대학 교수
소녀상 방문한 일본 사가대학 교수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이번 달 1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한 요시노부 모리(오른쪽) 일본 규슈 사가대학 교수. 2017.1.23
wink@yna.co.kr

모리 교수는 "일본 정부 각료가 표면적으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못했다고 하지만, 내심 위안부 동원도 당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방문한 요시노부 모리 일본 교수. [김선호 기자]
19일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방문한 요시노부 모리 일본 교수. [김선호 기자]

위안부 동원이나 식민 지배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전제한 모리 교수는 일본 정부의 위선을 지적하기도 했다.

모리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진 일본 정부는 참전한 일본 군인에게 대대적인 국가보상을 시행했다"며 "한국 사람들 역시 일본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했다면 전쟁에 공헌한 마땅한 보상을 했어야 옳았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총리 때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아시아 여성기금을 만들었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일 위안부 재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모리 교수는 "정부 간 합의한 내용이라면 지켜야 하며 일본 정부 역시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위안부를 포함한 일본의 식민지배, 전쟁 피해에 대한 새로운 의제로 다시 일본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자는 시도에 대해서도 "일본의 강경 대응을 부르고 한일관계만 악화한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일본 공관이나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방법은 전략적으로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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