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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시인들, 1천만 촛불 행렬에 응답하다

송고시간2017-01-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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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신경림 등 61명 한 편씩…시집 '천만 촛불 바다'

촛불집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촛불집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눈보라도 겨울바람도/ 우리들 분노와 슬픔으로 타오르는/ 마음속의 촛불은 끄지 못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멈춰서지 않는다// 나라를 구출하자/ 정의를 지켜내자/ 공정을 쟁취하자/ 희망을 살려내자" (박노해 '이게 나라다')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촛불혁명을 기념한 시집 '천만 촛불 바다'(실천문학사)가 나왔다. 고은·신경림 등 시인 61명이 직접 촛불을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국정과 국민주권이 농락당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시 한 편씩을 보탰다. 대부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시인들이다.

"아빠의 어깨 위에 무등을 탄 다섯 살배기/ 희망이가 움켜쥔 촛불을/ 유모차를 타고 엄마의 촛불을 따라나선/ 저 아기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탄핵, 하야라고 당당히 외치는/ 5학년 초등학생의 카랑한 목소리를" (문창길 '광화문 촛불')

'블랙리스트' 시인들, 1천만 촛불 행렬에 응답하다 - 2

"백한 살 할머니도/ 늙은 아들 손잡고 나오셨네// 다 나왔네/ 다 나오셨네/ 혹에 나오지 못하였거든/ 집집마다 뜻을 걸고/ 일터에도 막을 걸었네" (고은 '다 나오셨네')

시인들은 촛불 현장의 풍경을 기록하고 궐기를 독려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을 향한 분노 섞인 풍자와 냉소도 잊지 않는다.

"대면 보고가 필요 있나요? 생글거리며 필러 정성껏 주입하는 그깟, 불편하면 거울 속 배경을 딜리트하는 얼굴 하나 달랑 들고 희한하게 기억도 깨끗하게 지우는 공주님 (…) 그나저나 공주니까 배고프면 밥은 챙겨야지, 찬 바다 먼 아이들의 죽어서도 우는 울음 들리건말건 싹싹 밥그릇 비우는 그깟, 7시간" (손현숙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시집 맨 뒤에는 촛불집회 일지와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 중 확인 가능한 6천367명의 명단이 수록됐다. 수익금 일부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세월호 참사 추모사업과 문화예술인 권리증진 사업에 쓰인다. 216쪽. 1만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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