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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경장벽에 중남미 '동병상련'…반트럼프 연대 움직임

송고시간2017-01-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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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장벽 반대 목소리 잇따라…"중남미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려 해"

美보호무역 공동대응책 모색…"개방과 통합 가치 믿어야"


국경장벽 반대 목소리 잇따라…"중남미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려 해"
美보호무역 공동대응책 모색…"개방과 통합 가치 믿어야"

트럼프 "멕시코 장벽 건설 시작합시다!"
트럼프 "멕시코 장벽 건설 시작합시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불법이민자 유입 차단을 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sims@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맞서 중남미가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불법 이민과 마약밀매를 막겠다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직접 이해 당사국인 멕시코는 물론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남미국가연합(UNASUR)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전날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미국과 멕시코의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등 갈등이 고조되자 급기야 멕시코를 두둔하고 나섰다.

콜롬비아 전 대통령 출신인 에르네스토 삼페르 UNASUR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채택한 도전적인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인들에게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대라고 해 굴욕감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 모욕적인 장벽을 설치해 중남미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UNASUR는 남미 12개국이 지난 2008년 5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거대 경제권에 대비하고자 결성한 국가 간 연합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라과이, 페루,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친미 성향의 우파 정권이 들어선 브라질도 이례적으로 트럼프 국경장벽을 우려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남미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과 우호적이며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브라질 정부는 중남미 국가들의 합의 없이 우리 대륙에 있는 자매국가들을 분리하는 장벽 건설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 장벽' 문제로 美-멕시코 정상회담 무산
'국경 장벽' 문제로 美-멕시코 정상회담 무산


(티화나<멕시코> AFP=연합뉴스) 이달 31일로 예정됐던 미국과 멕시코의 정상회담이 국경장벽 건설의 타당성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살벌한 설전 속에 26일(현지시간)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멕시코가 꼭 필요한 장벽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면 향후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으로 통보했다. 사진은 미국과 접한 멕시코 북서부 티화나 외곽에 있는 국경펜스.
lkm@yna.co.kr

당장 멕시코처럼 미국과 갈등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미국의 뒷마당'으로 인식돼온 중남미 역내 국가들로서는 앞으로 자국에 닥칠지도 모를 '트럼프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까지 멕시코는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이민과 무기ㆍ마약밀매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지만, 국경장벽 갈등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섰을 경우 중남미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이다. 1970년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남미 극우파 군사정권들의 배후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미국은 한때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은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반대파의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직접적인 군사 개입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멕시코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그늘' 아래에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멕시코 전 대통령이 "신은 멀고 미국은 가까이 있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은 지난 24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33개국 정상들은 안건이 아니었던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폐쇄적인 이민정책을 긴급 현안으로 논의한 뒤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당시 "이번 회의는 남미를 향한 미국 제국의 새 위협에 맞서는 중요한 자리"라고 역설했으며,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민자 박해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자"고 강조했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항의 시위
'미-멕시코 국경장벽' 항의 시위


(시카고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장벽 설치 계획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lkm@yna.co.kr

미국에서 '2등 시민'으로 홀대받은 경험이 있는 중남미 출신 개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불편하게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훌리아나 비야(37)는 "미국에 살 때 그들은 히스패닉을 먼지처럼 대했다. 다시는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 "21세기에 국경장벽을 세운다는 발상에 소름이 돋는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그는 한때 미국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한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먼 데다 친미를 표방하는 우파 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조차도 미국과 멕시코 간의 갈등으로 중남미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수산나 말코라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한때 고립주의에 따른 나쁜 결과를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개방과 통합의 가치를 믿고 있다"며 "자국에 가장 유리한 이익을 지키려면 반드시 다른 국가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우스 아모링 전 브라질 외무 장관은 "'조용히 말하면서 큰 막대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가 이 막대기를 우리를 향해 사용할지는 모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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