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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반기문 이후' 보수, '진짜 보수' 해야

송고시간2017-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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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로 보수 진영의 대선 입지가 더욱 옹색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남의 집 잔치에 들러리를 서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후보 기근이 극심하다. 그나마 몇 안 되는 후보들조차 사분오열돼 단일후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처럼 심각한 보수 와해 조짐은 사상 초유의 기현상이다. 보수 위기론이 급부상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기본적인 보·혁(保·革) 구도가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보 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존사회를 위한 안전판이자 버팀목이다.

반 전 총장 이후 여권의 후보 면면은 초라하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에다 아직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정도다. 이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해야 20% 정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도합 60% 안팎인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야권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50대 후보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며 각각 10% 안팎의 지지율로 선전하고 있다. 야권 전체에 투영되는 그 반사이익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반 전 총장이 보수층에 남긴 상흔이 적지 않다.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일순간 무너지면서 생긴 심리적 공황과 무기력증이다. 아예 대선판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보수 지지자들이 많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을 좇느라 다른 후보를 발굴할 시간과 에너지를 상실한 기회비용의 손실도 계산해 봐야 한다. 이래저래 상당히 기울어진 대선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보수 세력의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흔히 보수는 다소 부패했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다소 깨끗하지만 무능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보수는 이런 속설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소 부패한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부패했고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4.13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 파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만과 독선, 도덕적 추락은 이미 한계를 벗어났고, 그 결과가 지금 대선 판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반 전 총장의 지지표 가운데 상당수가 황 권한대행, 유 의원에게로 흘러갔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대선 향배를 놓고선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탄핵 이후 민심을 지켜봐야 한다거나 위기에 처한 보수층이 재결집할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관측도 무의미하다. 이보다는 참된 보수의 가치를 찾는 것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가짜 보수를 털어내고 진짜 보수를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생결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대선 판세가 많이 기울었다고 하나 국민의 40%는 여전히 보수를 자처한다. 진정한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내, 기울어진 대선판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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