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편 영화 vs. 닮은꼴 소설

송고시간2017-02-11 10:1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이탈리아 소설 '에로티카' 3부작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UPI코리아 제공]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UPI코리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그레이와 아나스타샤가 돌아왔다. 젊고 남성미 넘치는 억만장자와 평범한 여대생의 파격적 사랑을 그린 3부작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원제 'Fifty Shades of Grey')의 주인공들이다. 두 번째 이야기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이 1부에 이어 동명 영화로 제작돼 9일 개봉했고 시리즈와 꼭 닮은 이탈리아 소설이 번역돼 국내 독자를 찾아왔다.

가학·피학 성향의 성관계 묘사로 가득한 이 로맨스 소설은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비아냥과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의 바이블'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대중과 평단의 반응도 극단을 오갔다. 소설은 전세계에서 1억 부 넘게 팔렸고 1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는 2015년 2월 개봉 직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 골든 래즈베리 영화상에서 올해 최악의 영화상, 최악 각본상, 최악 남우·여우주연상, 최악 남녀 협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UPI코리아 제공]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 [UPI코리아 제공]

제이미 도넌(크리스천 그레이)과 다코타 존슨(아나스타샤 스틸)이 꿋꿋이 속편 '50가지 그림자: 심연'을 찍었다. 잠시 헤어졌다가 재회한 두 사람은 예전과 사뭇 다른 방식의 사랑을 나눈다. "이번에는 아무런 규칙도, 벌도, 비밀도 없어야 해요." 아나스타샤는 더이상 그레이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오히려 주도권을 쥐며 관능을 스스로 일깨운다.

속편은 로맨스에 미스터리가 가미됐다. 표면적으로는 동업자인 엘레나 링컨(킴 베이신저), 계약관계였던 레일라 윌리엄스(벨라 히스컷)가 그레이의 과거를 들춰내며 두 주인공의 사랑에 긴장감과 짜릿함을 더한다. 영화는 개봉일인 9일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재작년 개봉한 전편은 36만4천여 명을 동원하며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편 영화 vs. 닮은꼴 소설 - 3

2012년 영국 작가 E. L. 제임스가 첫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둘 때 이탈리아 작가 이레네 카오는 '유럽대륙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집필하고 있었다. 고전문학과 고고학을 전공한 작가는 광고·영화·출판 분야 계약직을 전전했고 향수가게에서도 일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자극받은 이탈리아의 대형 출판사 리촐리(Rizzoli)가 2013년 작가에게 출간을 제의해 세상에 나온 책이 '에로티카' 3부작이다.

소설은 미술복원 전문가 엘레나 볼페와 요리사 레오나르도 페란테의 관능적 사랑 이야기다. 복원 중인 벽화 속 석류의 색깔 문제로 고민하던 엘레나 앞에 레오나르도가 진짜 석류를 들고 나타난다. 그는 눈을 감은 엘레나의 입에 석류를 넣어준다. 시각에만 의존하던 엘레나는 미각을 포함한 온몸의 감각이 열리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편 영화 vs. 닮은꼴 소설 - 4

"레오나르도가 얼음통에서 얼음을 하나 집어 내 목에 댔다가 그것으로 가슴골까지 길게 선을 그린 후 혀로 그 자국을 따라 애무한다. 그 즉시 내 몸이 떨리며 유두가 단단해진다." '에로티카'는 가학적 성관계를 그리지 않는 점을 제외하면 여러모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슷하다. 극사실적 성애묘사가 수시로 등장하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엘레나는 사랑의 능동적 주체로 변모한다. 한쪽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하고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등 로맨스 소설의 요소도 공유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을 따라 배경을 옮기며 이탈리아의 낭만과 감성을 맛보게 한다. 베네치아에서 1부 '너를 바라본다'를 시작하고 2부 '너를 느낀다'는 로마에서 펼쳐진다. 3부 '너를 원한다'는 시칠리아가 무대다. 영국의 한 매체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수준 높은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유지하면서 더욱 인간적이고 덜 부끄럽게 이끌어나간다"고 평했다. 이탈로 칼비노와 움베르토 에코, 프리모 레비 등의 책을 국내에 소개한 이현경씨가 번역했다.

그책. 각권 328∼408쪽. 각 1만3천∼1만4천원.

dad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