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민이 만든 대세"vs 安 "盧처럼 기적의 역사"…호남 첫격돌(종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친노(친노무현)'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12일 야권 심장부인 호남에서 격돌했다.

호남은 '야권 민심의 풍향계'인 것은 물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풍을 일으킨 진원지인 만큼 친노의 적통을 자임하는 두 주자의 격돌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이어온 문 전 대표에게 안 지사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도전장을 내미는 시점에서 '호남대첩'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후 호남 민심의 향배가 전체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직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문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안 지사 측에서는 지지율 20% 선을 돌파할 경우 '대안'으로 인정받으며 대세론을 위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 文, 전북서 세몰이…'준비된 후보' 앞세워 대세론 굳히기 = 전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완수를 외쳤던 문 전 대표는 이날은 전주로 이동해 호남 민심을 노크했다.

우선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전주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전북도청 구제역 상황실을 방문했다.

오후엔 화산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 및 탄핵촉구 정권교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은 '검증이 끝난 후보',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호남의 경우 과거에도 '될 법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성향을 보인 만큼, '대세론'을 형성한 자신이 정권교체의 대표선수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전북포럼 행사에서도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만들어준 대세"라며 "겸허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쏟아지는 것에도 "제가 1등 후보이기 때문에 공격을 받는 것이다. "이라며 "저는 거제도에서 태어나 파도 타는 요령을 안다. 가라앉지 않고 파도 위에 떠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반문(반문재인) 연대는 저 문재인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라며 "저는 국민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는데, 승부는 뻔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전북 도민들로부터 정말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며 "그러나 우리 당에 좋은 약이 됐고, 저도 강해졌다. 이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호남 민심을 다독였다.

문 전 대표는 13일 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본격적으로 공약을 가다듬는 등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던 일자리 공약 등에 대해서는 더 정교화해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는 등, 준비된 후보로서의 면모를 부각해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 安 "盧 돌풍 다시 한번"…호남 중장년층·2040 세대 집중 =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에서 햇볕정책 계승의지를 보인 안 지사는 이날 광주를 상징하는 5·18 민주묘역 참배했다.

이어 안 지사는 5.18 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방문하고, 조선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안 지사 측은 최근 호남 중장년층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안 지사는 이날 광주 시화문화마을에서 열린 지방의원 간담회에서 "목포와 광주를 이틀간 다녔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시민들이 악수를 내미는 손이 전혀 다르다"며 "이제 좀 제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 처럼 기적의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그동안은 안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지지하지 않던 호남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에서는 우선 중장년층에서 지지층을 늘리면서, 이로 인한 '바람'이 아직은 문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으로 번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젊은 리더십'을 부각해 개혁 성향의 20~40대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지사는 이날 "민주화 운동 세대의 대표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50~60대가 된 광주 민주화 운동 세대와 40~50대인 6·10 민주화 항쟁 세대를 동시에 끌어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의 '우클릭' 평가가 호남 핵심 당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안 지사는 이와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우클릭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진보진영을 만들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지지율 20%를 넘길 경우 지금의 추격세가 급격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은 미국 로이터 통신에서 안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는 등 인지도가 점차 올라가는 모습이다.

hys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7/02/12 20: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