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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몰라" "될사람 몰아줘야제"…현장서 살펴본 호남민심

송고시간2017-02-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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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지자들 "그래도 문재인" vs "안희정, 제2의 노풍 될 것"

'지지율 정체' 안철수에 기대감도…아직 유권자 표심 안갯속

(광주·목포 = 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그래도 정권교체하려면 문재인밖에 없당께. 미워도 다시 한번 아니겄소. 안희정은 다음에 하면 되제.…" vs "안희정이라고 '제2의 노무현' 되지 말라는 법 있간디." "오염되지 않는 정치인은 안철수밖에 없지 않느냐. 지금은 지지율에서 다소 밀려도 다시 반전할 수 있다고 봐."

2002년 '노풍'(노무현 바람)의 진원지가 되는 등 고비 때마다 '전략적 결정'을 하며 몰표를 던졌던 호남의 선택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1∼12일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와 전남 목포에서 둘러본 호남의 민심은 물밑에선 요동치고 있는 듯했지만, 아직 그 정확한 방향을 감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권교체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둘러본 호남의 민심은 싸늘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감지됐던 지난해 4·13 총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거론하는 호남 유권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또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줬지만 '녹색 돌풍' 재연을 꿈꾸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국민의당 주자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지지후보에 대한 시원한 답을 내놓기 보다 "될 사람 밀어줘야제",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야권의 풍향계인 호남의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는 형국인 셈이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유스케어 광장에서 만난 김향자(67·여)씨의 "아직 오락가락 허는디, 그래도 될 인물에 몰아줘야 한다는 게 커야~"라는 말이 광주내 부동층 정서를 반영하는 듯했다. 김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겪으면서 광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교체 해야 한다는 것이제"라고 말했다.

주말인 11일 오후 7시쯤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 현장. 꽉 들어찬 인파가 높이 든 촛불 사이로 강추위를 녹이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정권교체의 적임자'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민주당 주자를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선 친노(친노무현) 적자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택힐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윤은경(41·여) 씨는 "시국이 이래서 다들 일에 집중을 헐 수가 없다"며 "안 지사를 놓고 변화에 대한 호응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대연정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며 "딱 맘에 들진 않아도 문 전 대표가 신뢰감을 주고 실망을 주지 않을 것 같다. 탄핵 국면이 시작되면서 문재인 대세론도 확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촛불집회서 만난 공무원 김모(48)씨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소외론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젊고 참신한 안희정 바람이 불면서 대세론이 약화되고 있다. 제2의 노무현 돌풍이 불지 말란 법이 있간디요"라며 대연정론에 대해서도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누가 광주를 먹여 살리냐는 실용이 중요하제"라고 말했다.

역시 촛불집회에서 만난 윤영일(39)씨는 "아직 탄핵도 인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누구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어렵다. 판단을 안하고 있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탄핵 당시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사이다발언'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탄핵 가결 후에는 정권을 잡는 것과 투쟁하는 건 다르다는 인식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세론에 힘을 싣는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해선 '그래도 문재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세와 맞물려 반문 정서가 한층 가라앉은 듯 했지만,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 대안부재론도 고개를 드는 등 문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한 듯했다.

'신뢰감을 주는 후보'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특히 최근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였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5.18 발언'을 놓고는 "이미 지나간 일", "그러니 문재인은 안된다"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지만, 판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였다.

목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명남(68)씨는 "전라도 맴(맘)은 될 사람 밀어주자는 거"라면서 "안철수는 이미지는 좋은디 딴디서 안 알아주잖어. 딴 데서 안 밀어불면 전라도는 죽도밥도 안돼. 문재인이 밖에 될 사람이 없응께"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모(43)씨는 "여전히 어른들은 문 전 대표가 호남을 홀대했다고 생각하시긴 한다"면서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워도 다시 한 번' 문재인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안희정 돌풍'에 힘입어 안 지사를 주목해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과연 2002년 때의 '노풍'을 재연, 대역전극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편이었다.

'차차기 프레임'도 여전했다. 대연정론을 놓고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안 맞는 이야기"(윤영일씨), "어느쪽이 되더라도 약하니까 안할 수 없다"(광주 상무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일동(51)씨)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11일 목포역에서 만난 향토식품 판매업자 나모(49·여)씨는 "얼마전부터 안 지사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똑부러진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주 서구의 거리에서 만난 장동범(63)씨도 "안 지사가 좀 늦게 시작을 했지만 노력만 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한 번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현재 농사를 짓는다는 박모(53)씨는 "안희정 바람이 불어도 문재인 대세론을 엎을 정도가 되진 않을 것 같다"며 "2002년 노무현 밀어주자고 할 때처럼 광주가 아직 뜨겁지는 않다. 안 지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안희정이는 다음에 하면 되지 않나'라는 말을 많이 헌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 당에 대해서는 "청렴한 모습 때문에 좋아한다", "이미지가 좋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카리스마가 떨어진다", "정치적 기반이 약해서 안타깝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광주 상무지구의 한 호텔 직원인 이모(39)씨는 "다른 정치인하고 다르게 깨끗하고 청렴해서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한다"며 "오염되지 않은 소신 있는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다. 지금은 지지율에서 다소 밀려도 다시 반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목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인식(72)씨는 문 전 대표 지지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면서 "안희정은 다음에 하믄 되제…"라면서도 "대세론은 넘치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제. 자신감이 넘쳐버리면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돌아서 버릴 수도 있응께"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그리고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김향자씨는 "그동안 사람이 대안이 없어서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안철수와 손학규, 유승민이가 힘을 합쳐 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어. 당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 인물 중심으로 가야제…"라며 "유승민은 박근혜한테 바른 소리도 혔으니 같이 뭉칠 수 있제…"라고 말했다.

전남대에서 만난 공무원시험 준비생 차애린(26·여)씨는 "인터뷰 등을 보고 유승민 의원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호감을 표했다.

마음을 못 정하거나 정치 혐오증을 보이는 이들도 여전했다.

목포역에서 만난 양모(55)씨는 "지금은 별로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라고 했고, 옆에 있던 아내 김모(55)씨도 "이번엔 잘 찍어야 한다"면서도 어느 한 사람 이름을 대지는 않았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48)씨는 "아는 아무도 지지 않혀라. 투표도 안 할 것이여"며 "그놈이 그놈이여"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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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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