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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터 돕자" 대학에 기부금 낸 미화·경비원들

송고시간2017-02-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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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졸업식서 발전기금 2천만원 쾌척…졸업생 격려도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성공회대와 17년을 함께 했습니다. 최근 학생 수가 줄고 학교가 어려워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발전기금을 내놓습니다."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이천환기념관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진행됐다. 학교 미화·경비업체 직원들이 학교에 감사 표시로 돈을 모아 내놓고, 사회에 첫발을 딛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성공회대 환경미화와 경비를 담당하는 푸른환경코리아 임직원 및 미화원과 경비원 23명이 2천만원에 달하는 '아름다운 동행 학교발전기금'마련에 동참했고 이날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 학교에서 17년을 근무한 경비반장 김창진(72)씨는 단상에 올라 졸업생들을 향해 격려의 말을 했다.

김씨가 학생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나 알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일제히 "네"라고 화답했다. 김씨는 "홀로서기 한 번만 해도 성공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면 된다"며 짧지만 강한 말로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후 일자리를 찾아다니다 성공회대 경비직으로 취업했다.

그는 "최근 학생 수가 줄어들고, 학교가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성공회대는 65세 이상 나이 많은 직원들을 채용해 배려해주고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화와 경비를 맡은 직원들끼리 '어려운 학교에 보탬이 되자'는 이야기를 나누다 이렇게 기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재학 기간 내내 마주하던 미화·경비직원들로부터 진심 어린 '마지막 인사'를 받은 졸업생들은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졸업한 허철현씨는 "평소 도서관에 남아 있으면 경비아저씨께서 '밥 먹었나'라며 안부 인사를 건네신다"며 "평소에도 고마웠던 분들이 기부까지 하시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대표로 감사의 말을 한 김선영(일어일본학과) 학생은 "학교 시절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교수님, 그리고 학교의 아침을 열어주시는 경비, 환경미화를 담당하신 분들 덕분"이라며 "그간 나만 위하는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훈훈한 분위기와 별개로 취업난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한 듯 졸업식장은 다소 썰렁했다. 학위수여식이 열린 존데일리홀은 졸업생과 학부모 등을 채우고서도 강당의 3분의 1이 빈 채였다.

이정구 총장은 "취업난 때문에 졸업식장이 썰렁해지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 탄핵심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 등 대한민국 상황은 해가 갈수록 불안하다. 경제상황이라도 봄날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성공회대 학위수여식 [성공회대 제공=연합뉴스]
성공회대 학위수여식 [성공회대 제공=연합뉴스]

학위수여식 참석한 미화·경비직원들 [성공회대 제공=연합뉴스]
학위수여식 참석한 미화·경비직원들 [성공회대 제공=연합뉴스]

khj9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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