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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에게 산불 경고하고 왔더니…호주 소방관 망연자실

송고시간2017-02-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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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구하는 사이 자기 집 모두 타…"이타심의 발로" 칭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지난 17일 산불 소식을 접한 호주의 17년 차 소방관 피터 배빙턴은 집으로 달려가 소방 복장을 갖추고는 인근에 산재한 이웃집들 문을 두드리며 대비를 요구했다.

차량을 몰고 정신없이 다니던 배빙턴은 강한 바람과 함께 불이 확산하면서 문득 자신의 집도 위험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이웃집들을 구하기 위한 작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배빙턴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17년을 살고 있던 집은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17일 호주 카울라 지역을 덮친 산불[출처: 호주 NSW주 소방대(RFS) 페이스북]

지난 17일 호주 카울라 지역을 덮친 산불[출처: 호주 NSW주 소방대(RFS) 페이스북]

수도 캔버라 인근 작은 마을 카울라에 사는 배빙턴은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나무가 많은 곳에 살고 있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모두 안전한 게 다행"이라고 20일자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말했다.

배빙턴은 집을 포함해 닭장과 닭 30마리, 트랙터 창고 등을 잃었고 중요한 문서 일부와 15살 개 한 마리를 건졌다.

할머니가 치던 피아노, 사진들, 수년간 여행하며 수집한 기념품 등 대체가 불가능한 물건들도 모두 재로 변해 있었다.

배빙턴은 "소방관 생활 동안 가장 거센 불이었다"며 "슬프지만, 이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은 새로운 것을 할 기회이기도 하며,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만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딸을 포함해 가족 모두 고생이 되겠지만,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소방대 부책임자인 롭 로저스는 이웃들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쪽을 선택한 배빙턴의 행동을 이타심의 발로라며 칭찬했다고 호주 AAP통신이 전했다.

캔버라에서 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NSW주 카울라에는 약 1천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번 화재로 모두 35㎢가 불에 탔고 배빙턴의 집을 포함해 모두 8채가 전소했다. 배빙턴과 동료들의 노력으로 주택 56채는 무사했다고 AAP통신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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