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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외교관도 암살에 동원한 북한정권의 실체

송고시간2017-02-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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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 정권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국적의 용의자 5명 중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확신하는 4명의 송환을 북한 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에 현지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과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도 연루됐다면서 그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수사 협조 차원에서 이들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북한 대사관 측의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북한과 외교적 갈등을 빚어온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의 개입 사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추가로 공개한 범행 과정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인 암살이라고 할 만하다. 범행을 실행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은 반복해서 예행연습을 했고, 범행 순간에는 맨손에 독극물을 묻혀 김정남의 얼굴에 바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여성은 범행 직후 화장실로 가 독극물을 씻어냈다. 체포 직후 "장난 영상을 찍는 줄 알았다"고 둘러댄 경찰 진술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독극물도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한다. 독극물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로 걸어가 도움을 요청한 뒤 공항 내 치료시설로 안내됐다. 그 후 실신한 김정남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최종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전날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시신에 찔린 흔적이나 심장마비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 외교관까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전통적 우호관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말레이 당국의 2차 수사결과 발표 내용도 정면 반박했다. 현지 북한 대사관이 배포한 성명은 "사건 발생 후 10일이 지났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체포 용의자들로부터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북한 국적의 리정철 등 체포된 용의자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20일 말레이시아와 한국 정부가 결탁해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이번에도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며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할 게 뻔하다. 말레이시아 측에 공동조사를 요구한 것도 시간을 끌어 관심을 분산시키겠다는 속셈인 듯한데 이 또한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천안함 사태 때 남북한 공동조사를 요구한 것과 같다. 결국 북한은 이번 사건을 영구미제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북한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 많이 드러날수록 북한의 억지 주장과 선전 공세도 거세질 것 같다.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국내는어수선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허위 선전에 솔깃해하는 사람들이 일부나마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선 주자들과 정치인들부터 말레이 당국의 수사로 명백히 드러난 사실들을 냉철히 보고, 자극적인 언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동향과 국내 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문제를 과도히 부풀려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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