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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원 학생회비 꼭 내야하나요?"…갈등 매년 되풀이

송고시간2017-02-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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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4년치 징수 금지·자발성 보장' 조항 둬

"학교, 학생자치 내세워 뒷짐 대신 관리감독 강화해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올해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A씨는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가 30만원을 웃도는 학생회비를 안내받고 고민에 빠졌다.

한 번만 내면 나머지 학기에 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없다고 하지만, 등록금 10분의 1 수준인 액수가 부담스럽다.

A씨는 "아르바이트 30∼40시간은 해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인데, 안 내자니 선배들과 회비를 내는 다른 입학생의 눈치가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입학을 앞두고 각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학생회비 문제로 또다시 시끄럽다.

지난해 전북의 한 대학교 모 학생회 학생회비 방침에 대한 대화내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전북의 한 대학교 모 학생회 학생회비 방침에 대한 대화내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생회비를 꼭 내야 하는지", "안 내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등 신입생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과도한 액수 책정, 부당한 징수 절차, 개인 착복 등 학생회비를 둘러싼 갈등이 해마다 불거지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학생회비 운영을 위해 학교가 대책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회비는 학교 운영에 쓰이는 등록금과 달리 학생들 자치활동에 필요한 돈으로, 납부는 선택사항이며 집행이나 사용권한은 모두 학생에게 있다.

평균 1∼2만원대인 총학생회비는 보통 등록금 고지서에 반영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된다.

반면 학과 학생회비는 공문이 아닌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같은 대학일지라도 어느 학과 학생회비는 10만원 안팎이지만 다른 곳은 30만원을 훌쩍 넘는 등 제각각이다.

과 학생회비도 원칙상 자율이나,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간혹 선택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수도권 소재 대학교 익명 SNS에는 "학과에 사람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누구누구는 왜 (회비를) 안 내는지 모르겠다'는 선배의 질타가 있었다", "독촉전화와 문자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냈다", "소위 '찍힐까 봐' 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전북의 한 사립대학교 모 학과 학생회는 학생회비를 40만원으로 책정한 뒤 "회비를 안 내면 장학금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가 이런 사실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학생회가 회비를 횡령해 처벌받은 사례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학생자치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회비 관리의 '번거로움'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 학생처 관계자는 24일 "학생회비도 학생활동 영역이어서 학교가 개입하면 자칫 자율성을 침해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또 관리 감독체계를 바꾸려면 학생회는 물론 각 단과대 담당 부서와 협의해야 하고 회비 관리 절차도 번거로워서 개입하는 게 쉽진 않다"고 귀띔했다.

서울 모 대학교 학생처 직원도 "학생 자치활동 특성상 학교 본부가 깊숙이 관여하긴 힘들다"면서 "다만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교는 내년부터 학생회비 운영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화여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학생회비 관련 유의사항 [이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화여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학생회비 관련 유의사항 [이대 홈페이지 갈무리]

4년치 학생회비를 한꺼번에 걷는 관행을 금지하고, 등록금 고지서에 총학생회비와 더불어 학과 학생회비도 '선택사항'이라는 안내 문구를 넣어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시킬 예정이다.

일부 학교는 이미 엄격한 학생회비 운영 규정을 두고 있다.

이화여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회비 관련 유의사항을 상세히 소개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 신입생에게 4년간의 회비 일괄 징수 지양 ▲ 과도한 학생회비 책정 및 회비 납부 강요 금지 ▲ 학생회비 징수 시 사용 계획(내용) 공지 등이다.

가천대도 지난해부터 학생회비는 되도록 학기별 징수를 원칙으로 하고, 학과장 지도로 납부의 '자발성'이 보장되도록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모 대학교 관계자는 "회비의 액수가 크고 적고를 떠나 학생회비 자체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이 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안내가 명확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문제가 방치되지 않도록 학교의 적절한 관리 감독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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