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단독]"연기를 하다 죽을 것"…마지막까지 투혼 발휘한 김영애

송고시간2017-04-09 12:36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영정사진·수의·장례절차 직접 결정…연합뉴스와 마지막 인터뷰도 진행

영상 기사 [현장영상] 김영애, 4개월간 입원상태서 '월계수…' 찍었다
[현장영상] 김영애, 4개월간 입원상태서 '월계수…' 찍었다

9일 별세한 배우 김영애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방송된 KBS 2TV 50부작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마지막 연기 투혼을 불태웠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급작스럽게 병세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한 그는 이후 넉달간 병원에서 외출증을 끊어가며 매주 목요일 이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오갔습니다. 주치의가 더이상 촬영을 하는 게 무리라고 했음에도, 그는 50부 출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했습니다. 김영애는 생전 "배우로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투병 상황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영상제공 : 동료배우 차인표> <편집 : 왕지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영애는 평소 "죽더라도 연기를 하다 죽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불태우다 결국 9일 오전 눈을 감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투병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연기가 더 절박해졌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에서 대왕대비를 연기하던 중 난데없이 췌장암 판정을 받고 심각한 상황에까지 직면했지만, 그는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고 병원을 몰래 오가며 독하게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훗날 "고통을 참으려 허리에 끈까지 조여매고 연기했다"고 고백한 그는 당시 해외 유학 중이던 외동아들에게조차 몸 상태를 알리지 않고 만약을 대비해 안사돈에게만 몰래 알렸다.

'암 투혼' 배우 김영애, 별세…향년 66세
'암 투혼' 배우 김영애, 별세…향년 66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암 투병 중에도 연기 혼을 불태웠던 배우 김영애가 9일 오전 10시58분 별세했다. 향년 66세.
지난 2012년 췌장암을 선고받은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 투혼을 불태웠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결국 세상과 작별했다. 2017.4.9 [김영애씨 측 제공 = 연합뉴스]
photo@yna.co.kr

고인은 '해를 품은 달'이 끝난 후에야 9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몸무게가 40㎏까지 줄어들었고, 암의 고통은 시시때때로 밀려왔지만 병에 무릎 꿇지 않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치료에만 전념할 시간에 그는 "연기를 안 하면 오히려 더 아프다"며 드라마와 영화를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주인공의 엄마, 할머니 역으로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그는 매 작품 배우 김영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고, 그로 인해 그가 투병 중임에도 작품 러브콜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연기를 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말한 그는 극심한 고통에도 작품 활동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했다.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메디컬 탑팀' '미녀의 탄생' '킬미 힐미' '마녀 보검' '닥터스'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변호인' '우리는 형제입니다' '현기증' '카트' '허삼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인천상륙작전' '판도라'가 그가 암과 싸우며 출연한 작품이다.

영상 기사 [단독영상] "연기하다 죽을 것"…마지막까지 투혼 발휘한 김영애
[단독영상] "연기하다 죽을 것"…마지막까지 투혼 발휘한 김영애

[단독영상] "연기하다 죽을 것"…마지막까지 투혼 발휘한 김영애 오늘(9일)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 씨의 마지막 촬영장 영상을 연합뉴스TV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후배 배우 차인표 씨가 촬영한 건데요. 잠시 보시겠습니다. 김영애 씨가 유작이 된 KBS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을 한 뒤 후배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모습입니다. 한눈에 봐도 건강이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 신구 씨와 라미란 씨 등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드라마는 연장 방영됐지만, 고인은 이미 지병이 악화돼 더 이상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은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불사르며 50부작을 마쳤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41(기사문의) 4409(제보), 카톡/라인 jebo23

지난해 8월 시작한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제작진 역시 김영애만이 양복점의 안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를 캐스팅했다.

하지만 갈수록 쇠약해지는 몸과 바닥을 치는 체력에 그는 결국 드라마 시작 두 달 뒤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이후 매주 목요일마다 외출증을 끊어가며 서울 여의도 KBS 녹화장을 찾아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냈다.

'암 투혼' 배우 김영애, 별세…향년 66세
'암 투혼' 배우 김영애, 별세…향년 66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암 투병 중에도 연기 혼을 불태웠던 배우 김영애가 9일 오전 10시58분 별세했다. 향년 66세.
지난 2012년 췌장암을 선고받은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 투혼을 불태웠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결국 세상과 작별했다. 2017.4.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의료진은 더 이상 촬영을 하는 게 무리라며, 당장 그만두라고 했지만 고인은 작품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6개월간 약속한 50부 출연을 이를 악물고 해냈다.

평소 진통제로 버텼지만, 녹화날에는 진통제를 맞지 않았다. 명료한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하는데 진통제가 그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통증은 자연히 배가됐다.

그는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의지로 50부를 무사히 마친 그는 그러나 드라마가 인기에 힘입어 연장한 마지막 4회 출연은 고사했다. 더는 버티지 못할 상황임을 마침내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신변 정리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스스로 영정사진과 수의로 입을 고운 한복을 골랐고 장례절차 등도 모두 정해놓았다. 이승과 작별하기에 앞서 배우 인생을 돌아보는 마지막 인터뷰도 연합뉴스와 진행해 놓았다.

"내가 직접 다 정리하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던 그는 지난 2월초 "이제 다 정리를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제작진은 마지막회에 김영애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자막을 내보낼 계획을 세웠다. 투병 중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것을 기리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김영애는 연기자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제작진의 제안을 고사했다.

배우 김영애는 그렇게 불꽃처럼 살다, 조용히 떠났다.

pretty@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