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환율시장 일단 안도…당분간 관망 유력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국내 증시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내면서 다소 안도감을 찾았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10일 주식, 채권, 원화가치는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는 탄핵선고 직후 2,100선을 탈환했다가 전날보다 6.29포인트(0.30%) 오른 2,097.35에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0.7원 내린 1,157.4원에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9bp(1bp=0.01%p) 내린 연 1.780%로 마쳤다. 5년물과 1년물 금리도 0.8bp씩 내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12일 "헌재 결정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한 점은 주가에 나쁘지 않다"며 "그동안 세계 증시 랠리에서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는데 정책 불확실성이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이후에 브라질 증시도 반등했다"며 "유가와 철광석 가격도 올라 증시에 영향을 줬으나, 정치 불확실성 해소 역시 반등의 선결 조건이었다"고 분석했다.

작년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 인용 이후 브라질 증시는 선고 당일 2.3% 오른 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탄핵안 확정과 정책 기대감이 부활하면서 금융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탄핵 요인의 긍정적인 영향은 단기에 그치고 앞으로 증시는 미국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예산안 확정 등 대외 요인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에서 탄핵 인용은 불확실성 해소 이상의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 실시로 국정 콘트롤타워가 곧 회복될 수 있으나, 경기부양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요인인 탄핵 인용 영향은 단기에 그치고 증시는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예산안, 네덜란드 총선 등 대외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장 14∼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FOMC 회의에서 현재 0.75%인 미국 정책금리 25bp 인상 확률은 98∼100%로 관측되고 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국내 증시는 이번 FOMC 회의를 기점으로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데, 기업 물가를 소비자 물가로 전가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기업 실적 개선세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한 증시 상승세는 이번 FOMC 회의를 계기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도 회복될 것"이라며 "정치 불확실성 해소로 할인율이 낮아져 기업 자본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완화적 금융환경이 성장률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대내외 위험 충격이 흡수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 보복은 국내 성장률 0.1%∼0.3%포인트 감소 요인이나 추경 편성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전 세계 유동성 축소 우려와 대선 실시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관망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국내 금융시장은 주로 대외 금융시장 변화에 동조해왔다"며 "미국 3월 FOMC 회의가 예정된 만큼 단기적으로 관망세가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7/03/12 07: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