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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 드라마 '보이스'가 던진 질문 "우리에겐 골든타임 얼마 남았나'

송고시간2017-03-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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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검거 골든타임 소재로 액션 스릴러 새 장…장혁·이하나 호연 빛나

과도한 폭력성은 눈살…마지막회 시청률 5.6%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119구급차에 실려가는 환자에게만 골든타임이 있는 게 아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대형사고에서 희생자를 막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보이스'는 16회 내내 부르짖었다.

그런데 어디 그뿐이랴. 우리 사회 '국정 농단'을 방지하고, 바로잡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OCN 주말극 '보이스'가 10여년 활개쳐온 미치광이 살인마를 마침내 검거하면서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제작진은 초지일관 '충격 요법'을 고집했다. 그래야만 골든타임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잔인했고, 폭력적이었지만, 핏빛 화면 만큼 여운도 강렬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시청률 기준 평균 5.6%(닐슨코리아)로 집계됐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6.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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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을 키우는 자들 vs. 괴물을 잡는 자들

'보이스'는 괴물을 키우는 힘있는 자들과 그 괴물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힘없는 자들을 대비시키며 시청자의 응원을 이끌었다.

다양한 강력 범죄 에피소드를 다루는 동시에, 가진 자들의 커넥션과 은폐 속에서 탄생한 한 살인마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가져갔다.

재벌, 검사, 경찰청장, 병원장 등 권력층과 상류층이 손잡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달리는 과정에서 재벌2세 살인마가 마음껏 활개를 치는 구조였다.

반면, 이 살인마를 잡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뛰어다니는 자들은 '빽' 하나 없는 형사들이었다.

112신고센터장 강권주(이하나 분)와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열혈 형사 무진혁(장혁)을 힘으로 누르는 자들이 사방에 깔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늘 당장 '명령 불복종'으로 잘릴 위기에 처해도 사람을 살리고, 나쁜 놈을 잡는 일에 달려들었다.

가진 자들, 고위층들끼리의 짬짜미로 괴물이 키워진 것은 드라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매한가지다.

'보이스'가 15회에서 다룬 버스 전복 사고는 총체적 비리와 부실이 일으킨 세월호 침몰 사고와 오버랩됐다.

하지만 드라마는 괴물을 잡는 자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희생정신을 극대화하며 세월호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았다. 가진 자들의 탐욕이 빚은 사고이지만, 사회의 시스템과 시민에 봉사하는 진짜 '공복'들의 헌신이 골든타임 안에서 조화롭게 움직이며 참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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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골든타임은 얼마나 남아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감시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공복'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 끔찍한 범죄 적나라하게 표현…과도한 폭력성 문제

골든타임의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 범죄의 끔찍성과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로 인해 도중 11~12회가 '15세 관람가'에서 '19세 관람가'로 시청등급이 상향 조정되기도 했는데, 드라마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폭력적이었다.

극단적인 사건들이 16부 내내 이어지자 시청의 불편함과 폭력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시간짜리 영화에 담았으면 좋았을 끔찍한 내용이 16부 내내 안방극장에서 펼쳐지면서 '지루하다', '힘겹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하지만 카메라는 '생략'을 몰랐다. 시청자가 고개를 돌릴 정도로 집요하게 잔혹 범죄의 순간을 비췄다.

때때로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 같은 장면은 드마마의 경계를 스릴러인지 공포물인지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특히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장면이 마지막회까지 이어지면서 주말 밤 10시 TV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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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마지막회의 마지막 장면에 그간의 희생자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그 답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가 골든타임 안에 그분들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억울하고 안타깝게 희생되는 분들이 더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자막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시청자는 5%의 시청률로 이 드라마에 화답했다. 강력한 범죄 드라마가, 그것도 케이블채널에서 5% 전후의 시청률을 유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5.7%(3회)로 나타났다.

국내 안방극장에서 취약한 액션 스릴러 장르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보이스' 덕분에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도 한 뼘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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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혁·이하나의 앙상블

'보이스'는 열혈 형사 무진혁을 연기한 열혈 연기자 장혁의 종횡무진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컸다.

'추노' 이후 "모든 연기가 추노 같다"는 비판 속에서 걸어온 장혁이지만, '보이스'는 그 장혁의 진가를 새삼 확인시킨 작품이다.

그는 몸으로 말하고 움직이는 연기에서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했고, 농익은 감정연기까지 더해져 '미친개' 무진혁 형사를 맞춤옷처럼 표현해냈다.

누가봐도 장혁은 '보이스'에서 원 없이 뛰어놀았다. 열과 성을 다하는 장혁의 연기 덕에 무진혁의 분노와 절박함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시청 몰입도도 높아졌다.

장혁과 반대지점에서 조용히 섬세한 연기를 펼친 이하나도 재발견이었다. 미세한 소리 하나하나에 초집중하는 이하나의 연기는 장혁과 반대지점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의 균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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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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