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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쪽이 진다"…공식회담 앞둔 北-말레이, 줄다리기 팽팽

송고시간2017-03-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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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는 양측 모두 부담…외교가 "이르면 이주 시작" 전망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촉발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자국민 억류 문제를 풀기 위한 공식회담을 앞두고 일주일째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두르는 쪽이 진다'는 협상의 속성상 충분히 시간을 두고 유리한 국면으로 협상을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르는 부담을 고려하면 수일 내에 공식협상이 시작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초 수차례 비공개 면담을 한 데 이어 13일부터 공식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해 왔다.

실무접촉에서는 공식회담이 진행될 장소와 시기, 의제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와 관련한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측 모두 선뜻 양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9명의 출국보장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 북한인들이 평양으로 도주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신병 인도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북측은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고,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등 나머지 암살 용의자들을 귀국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받을 경우 자체적으로 부검을 시행해 독살이 아닌 '자연사'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 경찰 "김정남 유가족, 말레이에 시신처리 일임"
말레이 경찰 "김정남 유가족, 말레이에 시신처리 일임"

지난 16일 김정남의 시신을 보관 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 정문을 지키는 경찰 옆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그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신원 확인과 시신 인도 문제를 대북 협상 카드로 이용하는 듯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0일 사망자의 신원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사망자가 '김철'이란 이름의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는 북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어 15일에는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김정남의 자녀가 제공한 DNA 샘플로 시신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16일 오전에는 "김정남의 유가족이 시신처리를 정부에 일임했다"는 경찰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자히드 부총리는 16일 오후 김정남의 신원 확인을 위해 정부 관계자가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제3국을 직접 방문해 DNA를 채취했다면서 "북한 대사관은 가족의 동의 없이는 시신을 평양으로 가져가겠다고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전개는 북측과의 실무접촉이 난항에 부닥칠 때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인 결과일 수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처럼 북측에 일견 불리한 발표를 내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북한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 왔다.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이 북한 대사관 밖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이 북한 대사관 밖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현지 외교가에선 이러한 줄다리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인 9명은 전원 외교관 혹은 그 가족으로 애초 장기체류를 전제하고 현지에 간 인원들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시민 315명 대다수가 외화벌이 일꾼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잠잠해지길 기다린 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양측 모두 만만치 않은 부담을 지게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협상이 지연돼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귀환이 늦어지면 올해 조기총선을 추진 중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북한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한 사건에 말레이시아가 끼어들어 굳이 피해를 볼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국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다.

북한 역시 김정남 암살 사건을 최대한 빨리 종결시켜 국제사회의 제재 등 여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한 현지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견 조율을 마치고 공식 회담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나집 총리는 지난 16일 의회 현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때가 되면 북한과 공식협상을 할 것"이라면서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증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촐리가 동부해안철도 건설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단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8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촐리가 동부해안철도 건설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단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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