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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美국무 첫 방중 평가…WP "中에 외교적 승리 안긴듯"

송고시간2017-03-2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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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中캐치프레이즈 '상호 존중' 대신 美독자용어 사용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 "첫 데뷔 무대에서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긴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WP는 이날 이 같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중국을 비난했지만 틸러슨 장관은 방중 기간 중국 지도부와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 때문에 틸러슨 장관은 대북군사력 사용 옵션 경고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첫 방중 부정평가한 美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사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첫 방중 부정평가한 美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사

실제 시 주석은 틸러슨 장관에게 "당신은 새 시대에 양국 관계가 원만하게 전환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해 줬다"고 평가하면서 "중미 관계는 오로지 협력과 우정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는 당신의 언급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도 중국 언론이 '외교적 승리'로 자평할 만큼 틸러슨 장관이 중국에 너무 숙였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WP와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틸러슨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갈등과 대립을 피하고 상호 존중, 합작공영의 정신에 따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이 바로 '상호 존중'의 표현이다.

이는 '신형 대국관계'를 주창해 온 중국이 캐치프레이즈처럼 강조해 온 것으로, 중국 측에서는 미·중 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대만, 티베트, 홍콩 문제는 물론 더 나아가 남중국해 문제에까지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상호 존중 표현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인민대학의 미·중 관계 전문가인 진 칸롱 박사는 "중국은 그동안 이 표현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나 미국은 사용 자체를 꺼려왔다"면서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중국에서 매우 환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미국은 중국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특히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은 중국이 '협상 불가'로 받아들이는 여러 이슈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이 표현에 동의함으로써 미국은 사실상 '이들 이슈에 관한 중국의 타협 불가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실수다. 중국은 미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아시아 동맹'과 같은 이슈를 받아들일 어떤 의향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8일 베이징 회담장의 렉스 틸러슨(왼쪽 앞쪽) 美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18일 베이징 회담장의 렉스 틸러슨(왼쪽 앞쪽) 美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월터 로만 아시아연구소장은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아마도 공개 석상에서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나 "두 사람의 막후 대화는 더 솔직하고 직접적이었을 수 있다. 최소한 그랬기를 바란다"면서 "왜냐하면 시 주석이 전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정확하다면 그가 언급한 '중미 관계는 오로지 협력과 우정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는 그런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직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래트너도 트위터에서 "틸러슨 장관이 중국 정부의 의견과 선전을 앵무새처럼 흉내 낸 것은 큰 실수이자 기회 상실"이라고 비난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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