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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5·18 정략적 역사왜곡에 전율…남편, 발포명령과 무관"

송고시간2017-03-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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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서 주장…"권력 찬탈 아닌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승계 권유받아"

"YS 정치보복 너무나 악성…박근혜 정부 초기 추징금 환수 때 극단적 생각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4일 "12·12, 5·17, 5·18에 대한 편집증적인 오해와 정략적인 역사 왜곡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전율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전 전 대통령과 5·18 발포 명령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12·12 쿠데타 이후 권력을 잡은 것도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여사는 이날 720쪽 분량의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출간하고, 10·26사태, 12·12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6·29선언 등 전 전 대통령이 관련된 현대사의 중대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순자 "5·18 정략적 역사왜곡에 전율…남편, 발포명령과 무관" - 1

이 여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공 청산 청문회, 전·노 재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추징금 환수 등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관점에서 술회했지만, 일반인의 인식과 상충하는 대목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5·18 사건의 책임과 당시 발포명령자가 전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책 전반 걸쳐 단호하게 부정했다.

이 여사는 "이 엄청난 비극을 잉태한 소요사태는 훗날 어찌 된 셈인지 광주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남편을 임기 내내 그리고 퇴임 후 법정과 감옥에 이르도록 악몽처럼 따라다녔다"고 주장했다.

이 여사는 "5·18 당시 수사책임자인 동시에 정보책임자였던 그분은 결코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 내릴 권한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라며 전 전 대통령이 발포명령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의 5·18 관련 사과에 대해서는 "그 분이 국회청문회 등에서 5·18과 관련해 사과한 것은 5·18 당시의 정보책임자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였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여사는 전·노 재판이 "유죄를 전제로 제정한 처분적 법률인 5·18 특별법에 의해 치러진 재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런 재판에서도 남편에게 덮어씌울 수 없었던 죄목이 있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는 학살자 누명이었다"라고 적었다.

이 여사는 "뒤늦게나마 남편의 학살 누명이 벗겨진 것은 남편 개인을 위해서는 물론 한국 현대사 속에서 중대하고 결정적인 진실 하나가 밝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후임 승계를 권유받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여사는 "최 대통령이 광주사태의 뒷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1980년 7월 말 그분을 불러 광주사태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남편에게 자신의 후임이 되어줄 것을 권유했다"고 회고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6·29 선언에 대해서는 전 전 대통령이 먼저 당시 노태우 후보에게 제안했으나 노 후보는 직선제 개헌을 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며 반발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6월17일 그이는 노태우 후보를 조용히 불렀다. 남편은 이틀간 직선제 수용의 불가피성과 직선제 선거에서도 노 후보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해나간 끝에 6월 19일 노 후보의 결심을 얻어낼 수 있었다.…결국, 그 선언은 노태우라는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켰다"고 적었다.

이어 "아무도 그것이 현직 대통령인 그이 자신의 결단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그이의 고심 끝의 작품이고 업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내외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책 곳곳에서 묻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에 대해 "말 속에서 싸늘한 냉기마저 느껴져 놀랍기만 했다"고 적었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 가족에게 가한 정치보복적 가해는 너무 악성이어서 용서나 화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전두환 일가 추징금 환수 프로젝트'가 고강도로 진행되자 '생을 포기할 뻔했다'고 토로했다.

이 여사는 "절벽에서 뛰어내린 전직 대통령의 얼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때 나는 정말이지 생을 포기할 뻔했다. 그토록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내 마음을 붙들어준 것은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그분의 존재였다"고 적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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