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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 외교관 잇단 대미비난 여론전…도발 명분쌓기 해석

송고시간2017-03-2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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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스위스·홍콩서 이례적 연쇄 회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의 주요국 주재 고위 외교관들이 최근 '릴레이 회견'을 통해 일제히 대미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전보다 한층 강경한 대북정책을 예고하는 등 대북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맞불' 여론 공세를 펴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박명호 주(駐)중국 대사관 공사의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신호탄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러시아, 스위스, 홍콩 등 주요국 주재 공관 관계자들의 회견과 외신 인터뷰 등을 잇달아 가졌다.

박명호 공사는 미국·일본·중국 언론을 상대로 개최된 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형준 주러시아 북한 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러시아 언론사를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김 대사는 "전략적 핵전력을 중추로 한 자체 억제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15∼19일) 직후인 21일에는 최명남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와 장성철 홍콩 주재 북한 총영사의 봉황위성TV 인터뷰가 이어졌다.

장성철 총영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그들이 어둠 속에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의 발언은 핵 문제나 대미 관계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의 주요 재외공관 관계자들이 외국 언론과 동시다발적으로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으로, 북한이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압박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비핵화 압박이 가중됐던 2015년 7월에도 중국과 미국, 스위스, 러시아 등 주요국 외교관들을 동원해 릴레이 회견에 나선 적이 있다.

핵 개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의 '명분 쌓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김정규 참사는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북한이 수세에 몰렸을 때 이런 행동을 한다"며 "전방위 여론전을 전개하면서 수순을 밟아가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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