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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社 배당·로열티 비공개…韓은 호갱인가

송고시간2017-03-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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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계투명성 강화 법안 처리 수년째 '미적'…"조속 처리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이들이 배당이나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보내는 돈의 규모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루이뷔통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루이뷔통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적잖은 업체들이 국내법의 허점을 악용해 배당이나 로열티를 얼마나 가져가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해 국내 소비자들이나 여론의 비판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에 설립된 유한회사 수는 2만6천858개로 전년보다 1천568개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 전인 2010년 1만7천554개였던 국내 유한회사 수는 상법 개정 뒤 9천304개나 급증했다.

당시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의 사원(50인 이하) 및 최저자본금(1천만원 이상) 제한과 지분양도 제한 규정 등이 없어졌지만, 외부 감사 및 공시 면제조항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주식회사보다 설립이나 운영상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상장 유한회사로 회사를 등록해 운영할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 영업이익, 배당금, 로열티, 기부금 등 민감한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규제당국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애초 주식회사이던 루이뷔통코리아나 구찌코리아,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잇따라 변경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에르메스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르메스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 중 상당수는 주식회사로 재무정보를 공개할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배당성향과 본사 로열티 규모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한국사회 공헌도가 부각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변경한 뒤부터는 이들이 해외 대주주 배당이나 본사 로열티로 얼마를 가져가는지, 한국 내 기부금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재무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인지 샤넬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프라다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은 아예 한국에 진출할 때부터 법인을 유한회사로 설립했다.

이처럼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법인형태가 외국계 기업들의 비밀주의를 강화하는 '꼼수'로 악용되자 정부와 국회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정부 당국이 비상장 유한회사에 대한 회계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 1월 3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외감법 개정안은 비상장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민감한 재무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어 이들 외국계 회사의 부적절한 경영행태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미 논의 과정에만 3~4년 시간을 끌어온 데다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도 조기 대선전 등의 대형 이슈에 묻혀 3월 임시국회 통과가 물건너 갔다.

구글코리아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글코리아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 외국계 기업들의 뒤에 버티고 있는 강대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법안 처리를 수년 째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외감법 개정안의 처리를 논의했으나 여야 간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 열린 제1차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외감법 전부개정안 중 일부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 통과가 유력한 듯했으나 막판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모든 외감법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통상 3일에 걸쳐 진행되는 법안 심사 시간이 대선을 앞둔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단 하루에 불과해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이다.

이날 법안심사소위 통과가 기대됐던 개정안에는 감사인 선임 권한을 내부감사기구에 위임하고 비상장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이미 대선에 가 있고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외감법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월 임시국회가 열릴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反) 기업 정서 등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비해 외국계 기업들의 부적절한 경영관행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역차별 논란이 나온다"며 "조속히 외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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