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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삐끗하면…대우조선 떨게 하는 회사채 '크로스 디폴트'

송고시간2017-03-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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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7∼18일 이틀간 사채권자집회

국민연금에 달린 대우조선 운명…23일간 험로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 운명의 날은 사채권자집회가 열리는 다음 달 17∼18일이다.

대우조선은 이틀간 만기가 각각 다른 회사채 다섯 종류에 대한 채무 재조정을 시도한다.

이들 회사채에는 '한 곳에서 지급불능이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할 수 있다'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연쇄지급불능) 조항이 걸려 있어 대우조선은 이틀 내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사채권자집회 5회 중 1회만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바로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합친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인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 발표를 앞둔 지난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모습.
image@yna.co.kr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4월 17∼18일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모두 1조3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50%를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회사채를 주당 4만350원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7월 14일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날의 가격에서 10%를 깎은 금액이다.

거래 정지 당시 대우조선 주가는 1주당 4천480원인데, 이후 10대1 감자를 해 주가가 4만4천800원이 됐다.

사채권자집회 첫날인 4월 17일엔 ▲오전 10시(올해 7월 23일 만기 3천억원) ▲오후 2시(올해 11월 29일 만기 2천억원) ▲오후 5시(올해 4월 21일 만기 4천400억원)에 차례로 채무 재조정을 시도한다.

그 다음 날에도 ▲오전 10시(2019년 4월 21일 만기 600억원) ▲오후 2시(내년 3월 19일 만기 3천500억원)에 두 차례 사채권자집회가 열린다.

가결 요건은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동의다. 이와 함께 총 채권액 3분의 1 이상 동의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 크로스 디폴트를 막고, 대우조선을 회생 가도에 올릴 '키'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천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전체 회사채의 28.9% 규모다.

특히 다음 달 21일 만기 회사채의 경우 국민연금이 40%가량을 들고 있어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사채권자집회에 불참하더라도 다른 채권자 대부분이 참여하면 집회는 성사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불참하면 가결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 회사채 1천800억원(13.3%)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와 1천억원을 들고 있는 사학연금(7.4%),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물 마시는 정성립 사장
물 마시는 정성립 사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대우조선해양 다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물을 마시고 있다. 2016.11.2
pdj6635@yna.co.kr

대우조선은 즉각 사채권자 설득에 나섰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0% 출자전환이 되지만, 회사 노력으로 주식가치를 올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만기 연장되는 채권의 경우 3년 후 상환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갖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채의 30%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대우조선 직원들이 팀을 꾸려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4월 2일 만기가 도래하는 2천억원 규모 기업어음(CP)도 사채권자집회 소집 대상이 아니므로 일일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일정한 가결 요건 규정이 없어 채권액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집회 공고부터 소집까지 대우조선에 주어진 기간은 23일.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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