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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세월호 논란 접고, 선체조사위 활동 지켜보자

송고시간2017-03-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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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근 3년 만에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는 한마디로 처참했다. 모진 세월에 할퀴고 찢긴 그 모습을 보면서, 사고 후 '집단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슬픔을 누르고 가슴을 태우며 인양을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적지 않은 반대를 무릅쓰고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 사고의 '진행형'에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을 가능한 한 씻어내고, 국민의 마음속 상처도 더 많이 치유하자는 뜻이었을 듯하다. 사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제기된 갖가지 의혹 중에는 상식을 벗어나는 억측이나 추론도 적지 않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이런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런데 인양된 선체가 목포 신항에 거치 되기도 전에 새로운 논란과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그렇다. 정부는 사고 1년 후인 2015년 4월 인양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1년 11개월 만인 지난 23일 인양에 성공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린 주원인은 인양 방식의 변경이었다. 정부와 계약을 맺은 상하이샐비지는 원래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이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고 해역의 여러 난조건 때문에 포기하고 잭킹바지선과 반잠수 선박을 쓰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침몰 선체를 통째로 인양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시도였다. 결국, 이 회사는 인양 성공으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작업 기간이 원래 계획보다 2배 이상으로 길어져 수지면에서는 큰 손해를 봤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주장을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다. 인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선미 램프를 절단해야 했을 때 제기된 선체 훼손 논란도 마찬가지다. 램프가 열려 사고가 났을 수도 있는데 증거인멸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면 램프 절단을 그만두고 인양도 포기했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 해수부는 침몰 해역에 가라앉아 있는 무게 40톤의 램프를 인양해 선체조사위에 넘기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인양 시점을 둘러싼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지사는 26일 "묘하게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배가 떠올랐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인양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0여 일 남은 대선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의식한 발언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등 구야권의 반응과 극명히 대조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에 해수부는 인양 시점을 놓고 구설을 자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흘 전에 나온 김영석 해수부 장관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4월 4, 5일이나 20일 전후 소조기가 올 것 같다"면서 "4월부터 6월 사이 (적절한 시점에) 인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오고 나서, 김 장관이 공언한 것과 달리 인양 일정이 훌쩍 앞당겨진 셈이니 뒷말이 나올 만하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 선박에 실려 이르면 28일 목포 신항에 도착할 것 같다. 선체가 부두에 거치 되면 정부 합동수습본부가 가동되고, 머지않아 선체조사위도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선체조사위는 이미 국회 추천 5명, 유가족 추천 3명으로 위원 진용을 갖췄다. 이르면 28일 국회에서 위원회 구성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이 위원회는 최장 10개월간 활동하는데, 자료·물건 제출 명령, 동행 명령, 참고인 등 조사,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처럼 힘이 센 조사위원회가 곧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차분히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소모적인 의혹 제기에 매달리는 것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이런 조사위를 가동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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